삼성전자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을 겨냥해 유럽•중남미에 냉장고•에어컨 등 생활가전 생산라인을 대거 신설한다. 이는 TV에 이어 생활가전을 세계 1위로 키우기 위해 사업장 및 제품 공급 시스템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삼성전자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과 유럽 지역에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생활가전 생산거점 구축을 시작해 선진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 12개국 14개 라인을 가동 중인 TV 해외공장 내부나 인근 지역에 별도의 가전 라인을 만들어 TV와 물류 및 마케팅을 통합 운영,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TV와 대조적으로 생활가전 해외라인은 인도나 동남아 등 아시아 쪽에만 집중된 게 사실"이라며 "미국이나 유럽•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 제품을 단기간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해외 TV사업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미에 TV를 공급하는 멕시코 공장과 유럽의 TV 생산거점인 헝가리•러시아 및 CIS를 맡는 러시아 지역 등에 삼성전자의 가전 라인이 별도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방안은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을 TV와 같은 글로벌 톱 제품군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초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을 '개발도상국형 사업 분야'로 보고 사업 비중을 줄이는 추세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 2020'에서 반도체ㆍ휴대폰ㆍTV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생활가전 등을 집중 육성하고 매출 비중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전에서도 현지 수요를 파고드는 마케팅과 유통망 구축 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가전에서 강세를 보이는 LG전자의 경우 멕시코와 폴란드에서 냉장고를, 터키와 브라질에서 에어컨을 만들어 북미와 유럽 등에 직접 공급한다. LG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전 강자인 월풀보다 앞선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또 에어컨 분야를 AC사업본부로 분리하고 시스템에어컨 등에 역량을 집중, TV뿐 아니라 가전의 강점을 십분 살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9월 에어컨사업을 떼어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로 통합, 공조솔루션사업팀을 별도 운영하기로 해 가전 분야 중 에어컨이 첫 사업확대 대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윤부근 VD사업부 사장은 "오는 2011년 에어컨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TV의 1등 DNA를 에어컨에도 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