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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골프 斷想'

[명사의 골프엿보기] '골프 斷想' 골프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싱글이나, 이글, 홀인원 등 기념할만한 기록을 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평소 점수가 고른 것도 아니고 80대 중반에서 100타를 넘는 등 기복이 심하다. 어떤 때는 'OB하나만 내지 않았어도 싱글을 기록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우면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게임을 마칠 때도 있고, 때로는 108번뇌 가까운 점수로 무너져 '과연 골프를 계속 할 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쌓일때도 있다. 하여간 골프게임이란 도대체 그 결과를 예측키도 힘들고 생각한대로 되지 않아서 누가 말했는지 '자식하고 골프는 마음대로 안된다'라는 말이 진부 하지만 달리 반박할 여지도 없는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골프는 축구나 야구처럼 게임의 상대방이 있어서 상대의 실력에 따라 점수를 얻고 잃거나 내 게임이 상대방 때문에 직접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3~4명이 동반자가 되어 자신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동반자가 그 날 따라 모든 샷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퍼팅에 별다른 실수도 없고 기대하기 힘든 롱퍼팅이 여러 차례 홀에 빨려 들어가면, 그가 분명히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플레이는 방해를 받는다. 괜히 주눅이 들어 실수를 연발하고, 동반자의 드라이브 샷이 경쾌한 음향과 함께 장타가 되면 이유 없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 결국은 옹색한 스윙으로 형편없는 토핑볼이나 슬라이스 볼을 차게 된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연습프로가 수업히 강조했던 말들, '힘을 빼자. 오른 팔은 쓰지 말고 왼팔로 자연스럽게 휘둘러 주는 거야. 볼은 끝까지 보고 헤드업은 절대 금물이다. 하체는 단단한 벽을 쌓아야 해'라고 되뇌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준수사항이 몰려들다보니 몸은 굳어지고 연결동작은 자연스럽지 못해 또 엉뚱한 방향으로 볼을 날린다. 이쯤되면 체념하게 된다. 어젯밤 금요골프에서 본 P.G.A.프로 선수들과 같은 환상적인 샷을 날릴 욕심은 꿈도 꾸지 말자. 다만 동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동정심을 자아내는 거듭되는 실수로 전체의 분위기만은 망치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그러면 그리 멋진 샷은 아니더라도 몇 홀은 보기플레이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욕심을 버린 가벼운 스윙이 오히려 상당한 비거리를 내는 샷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골프라운드는 축약된 세상살이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큰 기대감에 미혹되어 무리수를 두거나 기쁨과 부끄러움으로 점철되어온 과거를 망각한 채 매 순간을 환상적인 결과만을 꿈꿀 수는 없다. 헛된 욕심을 버리고 매 순간을 신중하고 성실한 태도를 일관하되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의 리듬감을 잃지 않으면 서서히 느껴지는 성취의욕과 함께 적어도 우리가 더불어 생활해 온 이웃 동반자들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원목(변호사)입력시간 2000/12/03 18: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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