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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바닥통과 했나

지난 7월 24일을 고비로 미국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미국 증시가 이미 '바닥'을 통과했을 지 모른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8월1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안정을 보임에 따라 '강세론자'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주식시장은 '바닥'을 확인한 것일까?먼저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 주식시장의 '바닥'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지난 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폭락) 이후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의 '바닥'은 모두 'V'자 형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다우지수의 바닥이 'V'자 형태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환매사태와 프로 투자자의 저가매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 이로 인해 웬만한 악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지난 98년 9월의 LTCM 파산이나 지난해 9월의 테러사태 등은 예외적인 특수 상황이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이 같은 예외적인 악재로 인해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게 되지만 대규모 환매로 인한 주가의 급락사태는 워렌 버핏과 같은 프로 투자자들에게는 저가에 주식을 매입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기투자자마저 주식시장을 버릴 때가 바닥'이라는 과거의 경험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 바닥 확인이 새로운 상승 추세의 시작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새로운 상승추세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낙폭과대' 이상의 재료가 필요하지만 현재 거시경제 및 기업실적의 측면에서 '바닥'을 확인시켜 줄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실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제성장의 탄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 '추세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1.1%로 크게 떨어진 것은 민간소비의 탄력이 위축된 데다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의 적자규모가 크게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소비성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오랜 침체와 고용불안의 환경 속에서 점점 그 탄력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8년 동안 지속된 달러화 강세국면이 끝난 점이 미국 주식시장의 중장기적인 수급을 악화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중동사태의 불안이 심화돼 국제유가가 그 동안의 안정세에서 벗어나 상승하기 시작할 경우도 상승추세로의 복귀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 주식시장은 '단기 바닥'은 확인해가고 있지만 '추세상승'의 가능성은 아직 희박한 그런 미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채 박스권의 흐름을 이어갈 경우 한국 주식시장은 다시 한번 '차별화'의 장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올 초와 같은 수출주 및 옐로칩 등이 주도주로 부상하면서 전체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장세 보다는 미국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만큼 내수관련 가치주와 기타 종목간의 양극화 장세가 펼쳐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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