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세상이 시끌시끌한 요즈음 역사학자의 눈으로 본 한미관계사가 출간됐다. 한국현대사에서 미국의 존재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ㆍ문화적 측면에서도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미관계가 외교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의존적이었다는 시각으로부터 저자는 출발한다. 책은 현재 한미관계가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보고, 그 예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이라크에 파병한 병력의 규모가 세계 3번째이만, 미국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한미관계를 정상화해보려던 베트남전 당시 박정희 정부의 선택과 유사하다는 것.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베트남 전 파병을 계기로 미국에게 일본과 같은 수준을 원했으나 실현되지 못했으며, 그와 같은 상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 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는 미국정부가 195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음을 사료로 검증하고 있다. 저자는 "50년대 경제원조 명목으로 제공한 차관에 터무니없는 환율을 매긴 사실부터 60년대 경제개발 계획도 미국의 원조정책 그늘 아래 있었던 상황 등 경제적 득실은 미국의 대한(對韓)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됐다"며 "한국의 많은 군사ㆍ정치 정책까지도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며, 같은 맥락으로 최근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섣부르게 예견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책은 8ㆍ15 광복에서부터 5ㆍ18 광주민중항쟁까지의 한미관계사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한미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안들이 내포한 교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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