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국 등 서방권의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공격 개시 시점과 확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등의 공습은 이르면 29일 밤에 시작되고 짧으면 몇 시간, 길어야 이틀(48시간) 동안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전복이 목적이 아니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며 지상군 투입 없는 제한된(limited) 공격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과거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ㆍ이집트 등에서 보듯 사태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29일 밤 공습 개시=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군사개입을 위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서방국 정상과 잇따라 접촉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27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즉각 군사공격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긴장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미국의 공습이 시작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이번 공격은 중국ㆍ러시아가 반대하고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서방권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군사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미 국가정보국의 보고서를 28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경우 29일 밤에야 의회를 소집해 시리아 군사제재 방안 표결 등 동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이라크 공습은 이르면 29일 밤, 늦으면 이번주 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회 의원은 "(공습)시계는 똑딱거리고 있고 행정부는 똑딱 소리가 너무 오래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습 초반 토마호크로 시리아 핵심전력 초토화=미국과 영국ㆍ프랑스 등 서방권은 공습이 시작되면 먼저 항공기 격납고나 지상군 공격 등에 효과적인 수백 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알아사드 대통령이 동생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이끄는 '제4여단', 공화국군과 대통령궁 경비병력을 초토화시킬 계획이다. 이미 미군은 각각 90기의 토마호크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4척과 잠수함 2척을 시리아 인근 지중해에 파견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토마호크미사일이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면 2차 공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리아 외곽에 주둔한 미 공군의 F-15와 F-16, 해군의 F-18 전투기가 위성유도폭탄을 떨어뜨리고 미 미주리주에 근거를 둔 B2 스텔스 폭격기와 무인전투기인 드론이 동원될 예정이다. 또 공습의 핵심 전진기지는 시리아 해안에서 160㎞ 떨어진 키프로스 내 아크로티리 영국 공군기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400㎞ 떨어진 터키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미국 등은 지상군 투입이나 시리아에 비행제한구역 설정, 화학무기시설 공습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의도하지 않게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시리아전 수렁에 빠져드나=27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고려하는 옵션은 (알아사드) 정권교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시리아의 리더십 교체는 정치적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탓에 공습은 하지만 더 이상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이 시리아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한된 공습'인 만큼 알아사드 정권이 받을 타격도 상징적인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호프 전 국무성 고문은 "이번 공격은 알아사드 정권에 근본적인 타격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한 시도"라며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문제 해결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알아사드 정권이 심대한 타격을 입으며 내전의 주도권을 잃을 경우 반군에 스며든 알카에다 세력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도 미국에는 딜레마다. 결국 이번 공습 이후 중동 지역의 반미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가 더 혼란에 빠질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을 놓고 또 한번 고민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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