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경기 불황을 틈타 부동산 시장에서 공격적인 '역발상'투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스톤이 모건스탠리 부동산 펀드로부터 미국 6개 도시에서 16개 사무용 건물을 8억달러에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부동산 시장이 초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6년에 이들 6개 도시의 부동산을 소유하던 부동산 투자회사 글렌보로 리얼티 트러스트를 19억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8억2,000만달러의 대출금을 갚는 대신 블랙스톤에 글렌보로를 팔기로 결정했다고 WSJ는 전했다. 블랙스톤 경영진은 미국 경기가 되살아날 경우 글렌보로가 건물을 소유하는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인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부동산 부문 총괄이사는 지난 17일 뉴욕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좋지 않지만 현재 새로운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현재 블랙스톤이 글렌보로 인수 자금을 대기 위해 대출기관들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WSJ는 경기 여파로 대부분의 투자회사들이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는 사이 블랙스톤은 장기 투자전략으로 고위험ㆍ고수익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며 전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스톤은 앞서 지난 3월에도 8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던 호주 센트로프로퍼티그룹으로부터 미국 소재 쇼핑몰을 94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익스텐디드 스테이 호텔 체인을 인수했으며, 역시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을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신탁회사 GGP를 인수해 재자본화 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 왔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당시에도 블랙스톤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90억달러를 부동산 투자에 쏟아 부은 바 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로 블랙스톤은 제법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ㆍ4분기 블랙스톤은 전년동기대비 58%나 증가한 5억6,81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기업공개(IPO) 이후 최대 실적이다. 현재 블랙스톤 부동산 펀드가 관리하고 있는 자산규모는 올 3ㆍ4분기 기준 총 410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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