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양적완화(QE) 축소 시기를 둘러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의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월가의 전망 역시 연내 채권매입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조기 축소와 적어도 연말까지는 현 매입규모를 유지할 것이라는 쪽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다우존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최근 나란히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뉴욕증시의 앞으로 향방도 통화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QE를 둘러싼 논란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처럼 FRB 이사,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도 드물다. 지난 3일(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한 기업인 모임에서 "고용시장 전망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올 여름부터 매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FRB의 채권매입 규모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총재도 블룸버그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매월 채권 매입규모 850억달러 가운데) 100억~150억달러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명의 연은 총재의 발언은 조기 규모 축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 대니얼 타룰로 FRB 이사는 이날 CNBC에 출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인력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는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며 양적완화 조기 축소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FRB내에서 오랜 경험과 중도적인 시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달간 긍정적인 지표가 연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에는 하루에 4명의 연은 총재가 강연을 통해 자산매입 정책에 대한 각각의 다른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네소타 연은 총재 등은 자산매입의 조기 종료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QE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는 "고용시장 전망이 개선되면 자산 매입속도를 늦추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FRB 내부의 논란은 미국 경제 지표들이 주택시장의 회복 등에 힘입어 최근 지속적인 개선추세를 보이면서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FOMC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이 QE운용의 유연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그는 당시 "노동시장 개선이 지속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이 악화되면 다시 늘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월가 대형은행들의 양적완화 축소시점에 대한 전망은 2013년 하반기와 2014년으로 크게 나뉘고 있다. 올 하반기 축소를 예상하는 대표적인 은행은 JP모건으로 지난달 FOMC 의 성명서와 벤 버냉키의 기자회견에서 고용상황에 대한 평가가 낙관적이었다는 점에 근거해 자산매입 축소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딧 스위스는 자산매입 시 고려사항으로 제반 비용 및 편익이 추가된 점을 들어 이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도이치 뱅크, UBS 등도 연내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HSBC,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oA), BNP 파리바 등은 적어도 올 연내에 FRB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업률이 여전히 FRB의 목표치보다 높은 데다, 시퀘스터(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 등 재정축소에 따른 경기의 부정적인 영향을 근거로 두고 있다. 특히 BoA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돼 있는 만큼, 오히려 출구전략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FRB의 자산매입 축소 시기는 결국 미국 경제의 성장과 특히, 고용시장의 개선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워싱턴의 정치적 상황도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FRB가 현재 수준의 QE를 도입한 배경에는 연방정부 지출 자동감축 등에 따른 재정정책에 대한 고려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앞으로 워싱턴 정치권의 논의가 FRB 통화정책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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