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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7월 7일] 감사의 감자

김봉수(키움증권 부회장)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받는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한편으로 기쁨의 미소가 피어날 것이다. 선물을 준 사람은 이러한 상상만 해도 엔돌핀이 팍팍 돌며 흥분된 즐거움이 샘솟게 된다. 지난해부터 해발 300m 산촌에 있는 시골 농장에 감자를 심었다. 아마추어 농부살이였지만 첫해에는 땅심이 좋은 탓에 대풍이었다. 캐는 족족 유기농의 튼실한 감자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탄성이 절로 나오고 그야말로 수확의 기쁨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첫 수확이라 들뜬 마음과 받는 이의 기쁨을 생각하며 박스포장에서부터 안내문 동봉까지 자잘하게 신경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도 감자를 심어서 하지 감자 수확을 마쳤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주위의 아는 이들을 감자캐기 체험농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들과 함께 나누는 수확의 기쁨은 두배가 됐고 캔 감자를 한트렁크 가득 실어보내는 뿌듯함이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캔 감자의 양이 많이 남아 평상시 신세진 사람들에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한박스씩 택배로 보냈다. 요 며칠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폭주를 했다. 그야말로 문자성시(文字成市). 감사의 인사도 갖가지라. “귀한 감자 보내줘 잘 먹었다” “내년에도 또 지을 건가” “힘들게 농사지으셨는데 송구해서 먹기 미안하다” “담에는 보내지 마라. 그냥 먹기 죄송하다” 등등. 감자 한박스 값이야 얼마 하랴마는 받는 사람들은 감자 값의 10배나 되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눔은 기쁨이다. 그래서 나눔도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감자캐기 체험에 동참했던 이들도 가져간 감자를 거의 다 나누고 자신은 ‘잔챙이’ 감자만 졸여서 상에 올렸다는 후문이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비오듯 땀을 흘리며 캔 감자를 자기 먹을 것도 남기지 않고 나눠준 것은 받는 이의 기쁨이 바로 나의 행복임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를 바라거나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누릴 줄 안다는 것은 옥죄지 않는 마음의 여유다. 그래서 나눔은 건전한 마약이다. 우리사회는 주고받는 문화에 서로 익숙하지 못하다. 무엇을 줄 것인가. 쓰고 남거나 여유가 있어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나누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나눔의 즐거움은 나에게 소중한 것, 필요한 것을 나눠줘 받는 이가 감동하는 것이 아닐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작지만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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