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도쿄 사무소는 26일 '아베 내각 경제정책의 효과 및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4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은 도쿄사무소가 현지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작성한 것으로 기존 자료를 재탕한 것이 아닌 현지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직접 취합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한은의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다.
①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회복의 지연
엔저공세에 힘입어 기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것이 근로자의 임금인상이나 고용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민간소비 증가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1990년대 2.3%포인트에서 2000년대 들어 1%포인트로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세계경기 회복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면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②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금융불안
일본은행(BOJ)이 엔화약세 기조 유지를 위해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하면 국채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수 이다. 3월 말 현재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 국채가격이 떨어지면 대규모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GDP의 60%를 보유한 시중은행ㆍ생명보험은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BOJ에 따르면 국내은행 보유채권 장단기금리가 모두 1%포인트 상승할 경우 6조6,000억엔의 평가손이 예상됐다.
③ 일본정부와 BOJ의 갈등
일본 경제의 부활로 똘똘 뭉친 일본정부와 BOJ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는 BOJ의 정책목표가 인플레이션율을 올리는 것이지만 경제회생이 현실화되면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으로 정부와 정책목표가 달라지게 된다.
일본정부야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속도를 늦추기 위해 완화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싶겠지만 BOJ는 물가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④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양적완화에 공조해온 미국이 조기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일본경제는 경착륙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간간이 금융완화 규모의 축소 내지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지만 일본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총재 취임 이후 금융완화에 더욱 공격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 미일 간 금리 차가 벌어진다. 외국자본은 일본을 떠나고 이것이 급격한 유출로 번질 경우 그나마 부활하려던 일본경제는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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