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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2월 12일] 태안 원유유출사고 1년을 돌아보며

지난해 12월7일 새벽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이 홍콩 선적의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충돌해 1만2,547㎘의 원유를 청정해역인 태안 앞바다에 쏟아낸 지 1년이 지났다. 유난히 검게 보였던 해안의 기름들은 방제당국은 물론 ‘태안의 기적’을 이룬 온국민의 노력으로 외국의 방제 전문가들도 놀랄만한 속도로 사라졌다. 하지만 사고는 아직 치유돼야 할 많은 상처를 남겨놓고 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활고와 심적 고통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해안에서 기름은 흔적만을 남겨놓고 표면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의 모래와 뻘 속에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기름이 남아있다. 심하게 영향받은 해안지역에서 사고 이전에 비해 독성물질도 여전히 몇 배 이상 높게 검출되고 있다. 피해주민 세 명의 자살도 우리들의 가슴속에 상처를 남겼지만 이름 모를 수백ㆍ수천만의 바다 생물들도 죽어갔다. 우리는 각각의 생물을 굴ㆍ쏙ㆍ고둥ㆍ갯지렁이 등으로 통칭해 부르면 그만이지만 그들도 다 개별 생명체이다.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최소한 말할 수 있고 알릴 수는 있다. 하지만 바다 생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지금 관찰되는 생태계의 움직임들은 변동을 거쳐 다시 안정화된 생태계로 돌아가려는 반응들이다.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 훼손된 생태계는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자연회복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태계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인위적인 복원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 자연회복이 지연되고 그 이유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 자연회복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줄 필요성은 있다. 사고 이후에 눈에 보이는 기름을 빠르게 제거하라는 사회적인 압력이 거셌다. 적극적인 방제가 생태계를 2차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은 작은 목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이제 와서는 과도한 방제의 문제점을 지적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시 생태계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여론몰이를 한다. 태안 앞바다에서 인간의 어리석은 실수가 만들어놓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다. 그들의 상처를 하나씩 찾아서 살피고 치유해야 할 의무는 다시 우리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그 과정은 긴 여정이 될 것이며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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