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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은 S-OIL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사진) S-OI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태양광업체인 한국실리콘을 인수한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동안 정유사업은 대표적인 에너지사업으로 꼽혀왔다. 불을 켜고 차를 움직이고 방을 덥히는 등 거의 모든 인간 생활에 전기가 들어가고 이 전기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기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에너지기업 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신∙구 에너지사업을 모두 하게 된 S-OIL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OIL은 지난달 30일 태양광전지의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2,650억원에 인수하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S-OIL은 한국실리콘의 2대주주로서 기존 대주주인 오성엘에스티와 함께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실리콘은 연간 3,5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투자가 완료되는 내년에는 연간 생산능력이 1만2,000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 수준이지만 오는 2020년에는 1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태양광에너지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일본의 원전 사태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계획이 수정되면서 태양광사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대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신규 진입이 힘들기 때문에 한국실리콘의 수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OIL의 한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제조공정이 기존 사업인 정유공정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도 투자의사 결정에 고려됐다”며 “가장 최근에 고순도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에 성공한 한국실리콘이 신공장 증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까지 갖추게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IL은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세도 이어간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 3월 완공 후 지난달 본격 양산에 들어간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인 ‘제2 아로마틱콤플렉스’가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제2 아로마틱콤플렉스를 통해 S-OIL은 파라자일렌(PX)과 벤젠을 각각 연간 160만톤, 60만톤 생산할 수 있게 됐다. PX와 벤젠은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화학섬유∙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다.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액이 3조5,000억원 정도 늘어나고 약 32억달러 규모의 수출증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S-OIL은 밝혔다. 수베이 CEO는 “제2 아로마틱콤플렉스는 S-OIL의 사업 분야를 다양하고 탄탄하게 구축할 것”이라며 “S-OIL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정유∙윤활기유 부문에 이어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설 물량이 하반기 실적에 100% 반영됨에 따라 유가가 하락해도 영업이익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업황이 호전되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 대규모의 현금을 거둬들이며 정유3사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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