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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71.대통령 저서 특별전 해프닝

도서전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해마다 한 번 이상 개최되고 있다. 도서전은 출판사들이 1년 동안 출판한 신간 도서를 한 곳에 모아 전시함으로써 신간도서를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독서의욕을 고취하는 `책의 잔치`이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출판사들이 참가하는 국제도서전이 출판계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IPA(국제출판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매년 개최되는 국제도서전은 35개 가량 되는데 95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도 그 중의 하나로 이제는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국제도서전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저작권의 수출과 수입 계약을 통해 도서의 국제교류는 물론 출판무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10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5년 첫해 98건, 96년에 146건이던 저작권 계약이 2001년에는 268건, 2003년에는 250건의 계약이 이루어질 만큼 짧은 기간임에도 국제전으로서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이처럼 출판산업의 진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예기치 않았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98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전날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느닷없이 급한 연락이 왔다며 협회 직원이 나를 찾았다. 대통령 저서 특별전시전을 마련하란다는 것이었다. 전시회 조직위원들과 의논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출협 사무국장에게 지시하여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서점에 연락하여 대통령 저서를 수집하는 한편 전시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전시관 정문 안쪽에 특별전 공간을 급조하고 책을 진열했다. 개막식이 끝나자 온갖 말들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출협이 아부를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 기왕에 대통령 저서 특별전을 하려면 역대 대통령 책을 모두 해야지 현직 대통령 책 몇 권 갖다 놓고 이게 무슨 특별전이냐는 둥 하는 말에 고개를 못 들 지경이었다. 대통령은 둘째 날 전시관을 둘러봤다. 대통령이 참관하고 떠나자 담당 직원은 대통령 저서 전시대를 통째로 치워 버렸다. 다음날 한 신문에 이 일이 기사화됐다. 대통령이 다녀가자 대통령 저서 특별전도 철수했다는 가십성 기사였다. 당장 문화부와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어찌 된 거냐고 내가 담당 직원에게 물어 보니 그냥 두면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치웠다고 하기에 그대로 청와대에 전해 주었다. 청와대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담당자를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할 수 없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시말서를 받는 것으로 일을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그게 어디 중징계냐면서 담당자를 해고시키라고 했다. 나는 청와대에 전화를 해서 요구대로 해고시킬 테니까 책임은 청와대에서 지라고 했다. 무슨 책임이냐고 묻기에 “출협 사무국 직원들은 문화부 기자들과 친구처럼 각별히 지낸다. 이 일을 문화부 기자들이 알면 가만히 있겠느냐. 이 사실이 신문마다 실려도 그건 출협이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참 후 다시 연락이 와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직원은 더 이상 징계를 받지 않고 이 일은 없었던 일로 덮어 두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없었던 일로 치부한다고 해서 사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출협에는 지금도 당시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쓴 시말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날로 발전해서 세계인의 책 잔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해프닝 같은 사건의 전말을 간추려 본 것이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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