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월요초대석)
입력1997-05-26 00:00:00
수정
1997.05.26 00:00:00
◎“2000년대 10대그룹 자신”/정보통신 등 4년간 5조이상 투자/기업 어려운 때일수록 R&D 신경/취임 1년… ‘사람중시·비전경영’ 그룹 대변신박정구 금호그룹회장은 덕장과 용장의 풍모를 강하게 풍긴다. 지난해 그룹창립 50주년에 맞춰 형님인 박성용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대권을 물려받은 박회장은 재계가 복합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선굵은 경영으로 지난 1년간 조용한 행보속에 대변신을 시도하며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어왔다. 중국에 제2의 그룹을 건설하겠다며 타이어공장과 고속버스 사업, 식품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대규모 나프타분해공장(NCC) 설립을 준비중이며 기타 지역에도 잇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외에 정보통신, 생명공학 사업 등에도 깊은 열정을 갖고 그룹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담:김성태 산업1부장
○경제 호전될 기미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 한보비자금·김현철사건, 잇달은 대형부도사태 등으로 국내경제가 벼랑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지요. 또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하는 사람들이 죽겠다고 하소연 할 만합디다. 기업의 혈액이나 다름없는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들이 요즘 잘못하면 배임이다 청탁성 특혜다 해서 걸려 들면서 완전히 복지부동인 것 같아요. 여기에다 자금악화설, 한보, 김현철 커넥션 연루설 등 각종 악성루머가 난무하면서 기업의 목줄을 죄고 기업인들의 경영의욕을 꺾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멀쩡한 기업이 헛소문에 휘말리면서 실제 부도위기에 몰리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과거 탄탄하게 돌아가던 중소기업들도 지금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경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경제란게 순환되는 거잖아요. 지금 경기도 현정권 들어서 급격히 나빠진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징후가 나타나 서서히 나빠진 겁니다.
요즘 원화가 절상되고 엔고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점차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을텐데요.
▲한국경제 규모는 이제 정부가 좌지우지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업둥이」단계를 지났다는 거지요. 3㎏짜리 아기는 업을 수 있지만 1백㎏이 넘는 성인을 어떻게 업어줍니까. 업어주려고 하지말고 걸어가는 것 잡지만 말아달라는게 요즘 경영계 분위기 같아요.
최근 기업들이 계열사 통폐합, 한계사업 철수, 유망사업 진출 등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불행한 일이지만 다음 도약을 위해서 이런 경기 적신호가 한번정도 와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재정비해서 내부역량을 키우고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면 되지요. 어차피 닥친 건데 최대한 긍정적인 쪽으로 활용해야지요. 이럴 때일수록 R&D투자, 인력투자 등에 신경쓰고 차분하게 한계사업정리 등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지요. 결국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가장 돋보이는 시기가 바로 요즘 입니다.
금호그룹의 2천년대상은 어떤 모습으로 구상하고 있습니까.
▲10대그룹 진입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그룹창립 1백주년이 되는 2045년에는 그룹전체 매출액의 75%를 해외에서 올릴 생각입니다. 해외사업은 엄청나게 커질 겁니다. 2001년까지 미래사업으로 정한 정보통신·바이오산업 등 신규사업과 해외사업에 총 5조5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 규모는 기존 사업본야에 대한 투자보다 더 큽니다.
금호그룹의 대중국 전략은 어떤 구상아래 추진되고 있는지요. 일부에서는 불안한 시각도 제기하고 있는데.
▲금호는 중국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그룹보다 먼저 진출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미매킨지컨설팅과 중국사업에 대한 워크숍을 갖기도 했고요. 중국은 동양권이라서 문화가 다른 서양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실패는 접근방법을 잘 몰라서 하는 것입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어떻게 사돈이 됐습니까.
○“종업원과 함께”
▲대학(연세대)동창으로 학교다닐 때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 사업을 하면서 내가 타이어를, 김회장은 자동차를 하다보니 서로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자녀들도 묶어줬지요.
대우의 세계경영과 2천년대 해외그룹 매출 비중 75% 달성이라는 금호비전이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자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서로 통하는게 있지 않겠어요. 또 사업이라는게 영역은 다르지만 투자에 대한 기본개념은 같은 거지요.
장인으로서 사위(김선협·김회장의 장남)를 평가한다면.
▲세속적일 정도로 인간미가 있어요. 미국에서 오래 공부한 표가 안나는 젊은입니다.
그룹을 이끌면서 좌우명이랄까, 강조하는 경영관과 경영방식은 무엇입니까.
▲취임하면서 「비전경영」을 선포했는데 큰 비전을 종업원과 함께 가꿔나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사회생활이 어느덧 37년째 입니다. 그동안 「사람 중시경영」을 모토로 해왔지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혹시 이게 경영에 걸림돌이 될지라도 밀어붙일 겁니다.
금호는 문화기업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문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형님(박성용 명예회장)이 하시는 거죠. 형님은 한 개인의 천재적인 자질을 인간 승리차원에서 키워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어떤 때는 의욕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그러면 『형님 그것은 우리 능력으로 안됩니다』라고 하소연하면 형님이 『그러냐 그럼 늦추자』고 합니다.(웃음) 좋은 결실을 맺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형님인 박명예회장, 동생인 박삼구 아시아나항공사장, 박찬구 회장부속실 총괄사장 등과 형제애가 유별난 것으로 아는데 무슨 비결이 있습니까. 후계구도도 관심거리인데요.
○우애·친화 강조
▲선친(고 박인천 회장)은 평소 우애와 친화를 많이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정도경영을 강조했고요. 인화가 중요한데 욕심을 안부리면 됩니다. 돈이나 재산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 다음에 동생이 회장이 된다해도 나와 형님에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 것입니다. 다행히 각 형제들이 아들을 하나씩만 갖고 있어 이런 구도가 최소한 3대까지는 갈 것 같습니다.
건강체질로 알려져 있는데 평소 건강관리는.
▲특별한 건 없어요. 오늘 끝난 일을 잊어버리고 내일 다시 시작합니다. 1주일에 한번정도 골프를 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적어도 30분 정도 집에서 조깅, 철봉, 곤봉 등을 이용해 30분동안 몸을 움직입니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많이 받는 편은 아니나 그렇다고 떨어진다고도 보지 않습니다.(웃음)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일요일은 가급적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요.
요즘 X세대로 통칭되는 신세대 사원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신세대들은 앞으로 이 사회의 실세들입니다. 배우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벽을 깨야 되겠다는 생각에 예전에는 노래방에도 자주 갔었는데 회장되니까 못가는게 불편합디다.
박회장은 요즘 일본 소프트방크사 손정의 회장에 관한 책인 「손정의 스토리」를 읽고 있다고 한다.<정리=정승량>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