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 대출의 중추 은행의 운명이 이르면 20일(현지시간)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20위 은행인 CIT그룹은 주말 채권자들과의 최종 담판을 거쳐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20일경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CIT그룹은 지난 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2차 공적자금을 투입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아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 부문을 제외한 월가 민간 은행들이 협조융자 등 구제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극적으로 파산을 면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CIT그룹이 주요 채권단과 채무조정 및 신규 자금 지원 협상에 들어갔다며 뉴욕 증시가 열리는 월요일인 20일 오전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 에버코어파트너스 등 재정 자문사의 중재로 파산 보호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과 긴급자금 조달협상에 들어갔다"며 "협상은 일요일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IT는 이번 협상을 통해 20억~3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의 출자 전환도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이에 따라 주말 협상 결과에 따라 101년 역사의 CIT그룹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CIT그룹과 채권단은 협조융자 및 채무재조정 협상과 별개로 파산 보호신청에 대비해 파산금융(DIP)을 지원하는 방안도 아울러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 금융은 파산보호 신청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운용자금을 지원, 기업 운영을 정상적으로 지속하고 자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지원하는 대출이다. 지난 2년간 총 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CIT는 미국 최대 중소기업 전문 대출은행으로 지난해 12월 23억3,0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았으나 추가로 60억 달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들어 헤지펀드 대출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부실이 누적돼 온 CIT는 오는 8월 도래하는 11억 달러의 만기 채권을 막지 못하면 파산 위기를 면하기 어려운 상태다. 미국내 100만여 곳의 중소기업에 대출해주고 있는 CIT그룹이 파산할 경우 760개 제조업체와 30만개의 소매업체가 연쇄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미 재무부는 지난 주 "미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CIT그룹이 요청한 공적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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