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한국시간) 개막한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사실상의 미국 LPGA투어 데뷔 전을 치르고 있는 신지애(20ㆍ하이마트)가 또 하나의 미국 진출 경로를 제시,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소속 선수가 미국에 나간 방식은 퀄리파잉(Q)스쿨 통과와 LPGA투어 대회 우승으로 크게 두 가지였다. 40여 명이 이 두 방법을 통해 군단을 이뤘고 통산 70승 이상을 합작하는 수확도 거뒀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문제가 있었다. Q스쿨의 경우 1년 이상의 시간과 연간 1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 투자가 따르고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가운데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대회 우승은 국내 파가 나갈 수 있는 LPGA 대회가 하나은행ㆍ코오롱LPGA챔피언십이 유일해 확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신지애는 국내에 근거를 둔 채 세계랭킹 포인트를 쌓은 뒤 메이저 출전 기회를 얻어 결국 우승으로 미국 무대로 도약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냈다. 그는 KLPGA가 2년으로 제한한 의무 활동 기간을 넘겨 3년째 국내에서 뛰고 있다. 실력은 충분했지만 일찍 한국을 떠 버린 또래들과 달리 서두르지 않았다. 고된 타향살이도 없었고 국내 상금 만도 15억원 가까이 벌어 실속도 챙겼다. 국내 투어의 도넛현상도 막을 수 있다. 최근 여자골프 세계랭킹 도입과 국내 투어 활성화 등의 환경을 활용한 지혜가 돋보인다. 한ㆍ미ㆍ일 '3개국 신인왕' 진기록 도전도 차분한 준비 덕에 가시화 되는 것이다. 신지애는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Q스쿨에 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를 기반으로 해 해외 진출을 겨냥하면서 Q스쿨 준비에 매달릴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기량을 닦고 우승 경험도 쌓을 수 있는 등의 좋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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