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연쇄 부실 우려로 저축은행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를 반영해 한 때 자본금의 5배 이상으로 치솟았던 저축은행의 가치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일부 대기업들은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부실 우려 및 불투명한 경영 전망을 이유로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저축은행 매각 대금도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다. 아주산업은 예금보험공사가 공개매각을 추진 중인 예한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최근에는 인수 계획을 백지화했다. 아주산업은 그 대신 계열사인 대우캐피탈의 기업공개(IPO) 작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웅진그룹의 자회사인 웅진캐피탈에서 푸른2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최근 가격 문제 등을 이유로 인수협상을 중단했다. 웅진캐피탈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앞으로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현재의 저축은행 가격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됐다"며 "마찬가지 이유로 예한울저축은행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줄어들자 저축은행 매각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예한울저축은행 인수의향서를 낸 KTB투자증권 컨소시엄은 500억원대의 매입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한울저축은행의 자본금(276억원)의 2배 수준이다. 이는 올해 초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연초 만해도 서울 지역을 영업권으로 삼는 자본금 500억원 수준의 저축은행은 매각대금으로 자본금의 3~4배 수준인 1,500~2,000억원을 요구했다. 지난 해 예보는 자본금 281억원의 예아름저축은행을 1,500억원에 SC제일은행에 팔기도 했다. 매물로 나와있는 HK저축은행도 매각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앞으로 부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올 3월 말 현재 HK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5.04%로 저축은행 평균인 9.80%보다 5.24%포인트나 높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M&A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그만큼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저축은행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이는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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