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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길었던 하루"

"내 생애 가장 길었던 하루"[장벽을 넘어서...] "무슨말부터 하나 ..." 기대·흥분에 뜬눈 지새...수면제먹고 잠 청하기도 『드디어 만나는구나.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혹시 내 얼굴을 못알아보면 어쩌지….』 이 밤이 새고나면 50년간 남북으로 떨어져 있던 혈육들이 만나는 날 서울과 평양으로 오고가는 이산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에 간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웠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뒤척였지만 모두들 어머니·아버지·형·동생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잠을 못이루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꽃을 피웠다. 수면제를 먹고서야 간신히 잠이 든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북측 이산가족을 맞는 남측 가족들의 대기 숙소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 투숙한 사람들은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상봉을 한다는 사실에 생애 가장 긴 하룻밤을 보냈다. 북에 사는 오빠 정춘모(63)씨를 만나는 영자(56)씨는 『요즘 오빠 얼굴이 아른거려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며칠 전 적십자사에서 보내온 오빠사진을 보니 고생이 심했는지 너무 말라 온가족이 가슴이 아파 밤새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50년 의용군으로 끌려간 처남 권기준(66)씨를 만나는 김재동(81·경북 안동시)씨는 『앳된 얼굴로 소식이 끊겼던 처남이 노인이 다 돼서 돌아온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이젠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 한시라도 빨리 보고싶다』며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의용군으로 끌려간 형 방환기(66)씨를 기다리고 있는 환길(60)씨도 『열여섯살에 소식이 끊긴 형이 이젠 주름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며 『같은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잠을 못자도 전혀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북이산가족방문단 숙소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 투숙한 방북단도 흥분과 기대 속에 잠을 제대로 못자기는 마찬가지. 황해도 은율에 살던 동생을 만나러 간다는 여인열(80·경기 평택시 신장동)씨는 『들뜬 마음에 간밤에 잠을 설쳤다』고 말했고 수면제를 먹고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는 이영찬(86·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씨는 『헤어진 아내와 아들·딸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흥분된 표정이었다. "또 기회가..." 실향민 함박웃음 이산 상봉 확대 추진 "만남 정기화 됐으면" 시민들도 한마음 성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2일 방북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9월과 10월에도 계속 이뤄질 것이고 내년에는 집에까지 갈 수 있게 해보겠다』고 밝혀 이산가족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이번에 방북을 신청했다 탈락한 실향민들도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들이었다. 실향민 2세대인 김성대(38·도봉구 창동)씨는 『명절에 아버님이 슬퍼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이번에 고모들을 찾기 위해 방북신청을 했다가 떨어졌지만 또다시 기회가 있다니 매우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 이번 상봉이 잘돼 연로하신 실향민 1세대들이 생전에 고향땅을 밟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반 시민들도 이산가족들의 50년만의 만남을 마치 자기일인냥 반가움과 설램에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김말래(54·주부·서울 성북구 석관동)씨는 『비록 내 주변에는 이산가족이 없지만 마치 내가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떨린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기적인 상봉의 자리가 마련돼 지금부터라도 이산의 아픔을 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장정구(73·서울 은평구 갈현동) 할아버지도 『85년 남북 고향방문단을 교환한 지가 벌써 15년이나 흘렀지만 TV에서 본 감격적인 상봉장면이 눈에 선하다』며 『이번에도 나이에 안맞게 눈물을 얼마나 흘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덕선(29·사업·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이산가족이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고 금새 통일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며 『이번 만남이 잘 성사돼 앞으로도 정기적인 만남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소망했다. /특별취재반 입력시간 2000/08/14 19:1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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