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3ㆍ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입찰을 끝낸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대한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고는 있지만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선뜻 나서지 않아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30일 지난 3ㆍ4분기에 4,650억원의 영업적자(연결기준)를 냈다고 밝혔다. 4분기 연속 적자로 전분기 1,720억원 적자보다 폭이 크게 늘었다. 매출액은 1조8,390억원으로 전분기(1조8,640억원) 대비 1% 정도 줄었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 D램의 경우 출하량은 증가했으나 판매가격이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는 출하량 감소와 판매가 하락이 겹쳤다. 하이닉스의 3ㆍ4분기 평균 판매가격은 D램의 경우 전분기 대비 약 11%, 낸드플래시는 23%가량 떨어졌다. 하이닉스가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회사 매각작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삼성과 LG는 하이닉스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하이닉스 인수후보로 삼성이 거론되곤 하는데 기술적인 시너지가 떨어져 인수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면 ‘대마(LG전자)’까지 위험해진다”며 “인수에 관한 검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해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회사 인수주체가 굳이 전자 관련 업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반도체 사업은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제조업”이라며 인수후보군을 넓히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하이닉스 시가총액은 30일 현재 약 4조9,407억원으로 이 가운데 채권단 지분 36.1%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인수가격은 최소 2조5,000억~3조원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 하이닉스 인수후보로 거론돼온 한화그룹도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도 반도체 기술유출 논란에 따른 국민적 반감 때문에 그리 쉽지 않다.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인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해외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이 잘 해결하겠지만 지금은 하이닉스를 매각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따라서 외환은행ㆍ우리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11월 초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기로 하는 등 하이닉스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일부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나 반도체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우리도 인정한다”며 “매각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