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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3부. 기업 맘껏 뛰게 하라 <4>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 구축을

정부 주도 아닌 민간자율로 '상생 사다리' 만들어야 윈윈<br>왜곡된 동반지수 산정… 단발성 현금 퍼주기 경쟁력엔 도움 안돼<br>정부, 법·제도강화 보다 기술개발·기금조성 등 간접지원에 무게둬야

삼성전자가 최근 주최한 '제4회 혁신기술협의회'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이 협의회는 신기술공모제와 더불어 한국형 동반성장의 새로운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상생 차원에서 이미 점포확장 자제를 선언한 마당에 동네 빵집과 도보 500m 이내에 점포를 내지 말라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정부가 서비스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동반성장위원회는 거꾸로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결정을 내린 셈이니 답답할 뿐입니다."

한 대기업 계열의 외식업체 관계자는 최근 동반위가 제빵업종에 이어 외식업종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하소연했다.

외식 관련 중견기업의 한 관계자도 "동반위의 결정으로 앞으로 우리처럼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동반위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프랜차이즈형 빵집과 패밀리레스토랑 출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반위 내부에서도 외국계 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꿎은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만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정부 주도로 드라이브가 걸렸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경제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및 협력회사를 지원하기보다 정부의 강도 높은 주문에 퍼주기식 지원으로 자격도 없는 일부 중소기업들까지 난데없는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한국경제 상황에 부합하는 특화된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 모든 기업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이제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면서 "시장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 구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동반성장 폐해=정부는 과거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의지를 측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기업을 몰아붙였다.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동반성장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객관적으로 산정해 대외에 공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수 평가시 업종별로 기준이 다양하다고는 하나 사실상 일률적인 평가기준이라 업종 특성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4개 대기업을 측정한 뒤 올해에는 109개 기업을 평가해 평가범위를 늘리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하위등급을 받을까 노심초사하며 보여주기식 지원이라도 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공개입찰을 통한 협력사와의 계약 방식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건설과 유통 등의 업종이나 일반 구매시 공개입찰을 통해 협력사와의 계약을 체결하지만 전기ㆍ전자와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수의계약으로 협력사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만큼 보편적인 지수 산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동 기술개발과 판로개척 등의 협력 부문도 마찬가지다. 모든 산업이 협력사와 함께 기술을 개발할 수 없고 제품판매 방법을 모색할 수 없는데도 평가에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결국 동반성장지수가 왜곡되고 왜곡된 지수 때문에 대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다.



◇강압에 내몰리는 대기업들=정부가 동반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동반성장만 된다면야 강압이든 자발적이든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노력을 보면 모두가 현금지원을 앞세워 동반성장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등 떠밀린 상황에서 현금지원으로 정부 의지에 동참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실제 A기업의 경우 수년 전부터 동반성장추진사무국을 설립한 데 이어 사회공헌활동 전담부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야심 차게 내놓은 프로젝트는 현금지원이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펀드를 통해 우수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금융권에서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수 중소 협력업체의 제품을 대신 판매해주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소 협력업체의 제품의 질과 가격이 저렴하다면 대기업 지원 없이도 판매가 가능했겠지만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고 해도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기업의 경우 협력사의 수출비용도 대신 내줄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현금 지원과 수수료 지원 등을 놓고 보면 큰 틀의 동반성장이 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현금지원성 이벤트가 어느 정도로 협력업체의 기본적인 기술력과 재무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정부 주도로 동반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대기업들이 여론을 의식해 앞다퉈 일회성 지원에 내몰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간접지원 위주의 해외 동반성장=한국 정부가 중소기업만의 영역을 지정하고 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나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경우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NGO단체인 월드비전의 경우 소자본 지원의 '마이크로(micro)'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신용이 없어 자본에 접근할 수 없는 빈곤층 지원을 위한 것이다.

빈곤층 한 명에게 100달러의 자본과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되면 그 가족과 지역사회에 10년에 걸쳐 7,150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올 정도다. 대규모 자본투입 없이도 개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유엔 개발 프로그램 역시 직접적인 지원보다 기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후진국을 지원하고 있다. 유엔 개발 프로그램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34%에 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의 작은 국가인 레소토에 기업가 훈련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실업률 해소와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금지원이나 물자지원보다는 의지가 있는 청년 실업자들을 훈련시켜 이들이 국가 경제발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국제기구 등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효과 있는 개발정책을 통해 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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