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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25일] '리스트' 수사 이번엔 성공하길
입력2009-03-24 17:47:27
수정
2009.03.24 17:47:27
연초부터 두 개의 ‘리스트’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뒷돈을 댔다는 전현직 정치인들의 명단인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와 연예계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고(故) 장자연씨 ‘리스트’가 그것이다.
사실 지난 수년간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사정수사에 착수할 때면 거의 예외 없이 ‘리스트’가 등장하곤 했다.
법조비리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홍수 리스트’, ‘윤상림 리스트’를 비롯해 ‘제이유 리스트’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판·검사, 고위 공무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때마다 언론은 “이번 기회에 사회지도층의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흐지부지된 채 마무리됐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떡값 검사’ 리스트도 마찬가지다. 특별검사팀까지 구성해 3개월 이상 수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의혹도 규명하지 못해 ‘용두사미’ 수사라는 따가운 눈총만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박연차 리스트’ 역시 여야를 막론한 전ㆍ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금융권의 유력인사 등 거론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 등장했던 리스트와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현직 고위 검사들까지 박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돈이나 접대를 받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국가 경영을 책임진 고위층 인사들이 박 회장의 로비 대상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일단 ‘박연차 리스트’의 존재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리스트=실패한 수사’라는 과거의 공식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이번 사건을 ‘지역 기업인이 연루된 전형적인 공직부패 사건’으로 정의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어떻게 정의하든 문제의 심각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 경영을 책임진 공직자들이 기업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내부인사(전현직 검사)일수록 더 무섭게 수사한다”는 그간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사법처리 대상을 저울질할 경우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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