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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벗고 눈치우기 달라진 시민의식
입력2001-02-16 00:00:00
수정
2001.02.16 00:00:00
발벗고 눈치우기 달라진 시민의식
"먼저번에 폭설 방치 고생" 밤늦도록 눈 치워
시민들이 내 집앞 눈 치우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15일과 16일 시민들이 눈치우기에 발벗고 나서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지난 1월 폭설 때 자기집 앞의 눈을 쓸지 않아 결국 자신들의 불편으로 고스란히 돌아온 것에 대한 자각심과 반성의 발로 였다.
15일 퇴근 시간 이후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집에서 가지고 나온 빗자루와 널빤지, 쓰레받기 등으로 밤 늦게까지 집 앞과 골목길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주민들의 '눈치우기'는 16일에도 이어져 '눈치우기 시민울력'을 선포한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민들과 함께 종로구민회관 앞 길에 쌓인 눈을 치웠다.
서울 시내 곳곳의 대형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도 아침 일찍부터 전날 미처 치우지 못한 눈이 얼어붙기 전에 치우려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두 725가구가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우성아파트 관리사무실에는 폭설이 내리자 "제때 눈을 치우지 않아 한달 가까이 고생했다"면서 "안내방송을 통해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치우자"는 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200여명은 "눈길 안전사고 방지에 다같이 참여하자"는 관리사무실의 방송을 듣고, 15일 오후 8시께부터 눈 치우기에 나섰다.
제설장비가 미처 갖춰지지 못한 탓에 집에서 플라스틱 양동이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나온 주민들은 오후 11시 이후까지도 눈 치우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일부 주민들은 이웃 주민의 차량 위에 쌓인 눈을 치워주기도 했다.
또한 '원룸촌'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일부 주민들도 폭설이 그치자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갖고 나온 널빤지 등을 이용, 골목길에 쌓인 눈을 길 옆으로 밀어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앞에서 눈을 치우던 윤모(54ㆍ서울 은평구 녹번동)씨는 "이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는데 환경미화원을 도와주기 위해 인근가게에서 삽을 빌렸다"면서 "우리 집 앞 골목길도 지난 번 눈이 왔을 때와는 달리 오늘 아침 깨끗이 눈이 치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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