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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한국형 부자

李建榮(전 건설부차관)80년대 일이다. 내가 아는 친척 한분은 압구정동의 괜찮은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미국으로 투자이민을 갔다. 아파트 판 돈만으로도 백만장자가 되었다. 미국에 가서 반으로는 저택을 사고 반인 50만불을 밑천으로 다시 50만불의 융자를 받아 큰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쯤되면 미국에서는 거부다. 이런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다. 직장이 잘 안 풀리면 아파트나 땅을 팔아 호주로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중산층 수준이었지만 이런 나라에서는 백만장자 취급을 받았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미국사람들이나 호주사람들 보다 더 부자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통계를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IMF 몇전 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땅을 전부 팔면 미국국토의 반을 살 수 있고, 서울시내만 떼어 팔아도 미국 국토의 1/5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당시 우리나라 국토 전체의 땅값이 1,200조원, 그리고 개략적인 통계지만 미국 땅값이 3,000조원 정도였다. 그런데 인구는 미국이 우리의 5배가 넘는다. 그러니 국민 1인당 땅 자산이 우리가 평균 2,700만원이고, 미국인들이 평균 1,200만원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평균 부동산 자산이 미국인들의 배가 넘는다. 물론 부동산자산 외에 금융자산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 미국이나 부동산 자산 그 중에서도 땅자산의 비중이 높게 마련이다. 우리가 미국인들보다 더 부자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땅값이 거품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 우리나라 땅값이 천정 모르고 뛰엇다. 개발의 불도저가 움직일 적마다, 그리고 도시계획 서류가 움직일 적마다 여기 저기서 땅값이 오르고 한국형 부자들이 탄생하였다. 허황된 거품이었다. 바로 이 거품이 국가경제의 짐이 되고 IMF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이제 땅의 신화가 끝났다. 요즘은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부양이란 명목으로 다시 부동산에 불을 지르려고 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고, 준농림지의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세를 없애주고 어쩌고 하면서 내년 경기와 서곡을‘땅값 올리기’‘부동산 부추기기’로 살려 보자는 것이다. 벌써 그린벨트에 바람이 분다. 한국형 부자가 또 줄줄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미국 사람들보다 더 부자가 되었다고 좋아해야 할까? 이런 처방이 우리 경제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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