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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사람]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보험정보는 국민의 정보… 이익집단이 관리해선 안돼


"보험정보는 (개별 회사나 이익집단의 것이 아닌) 국민의 정보, 보험산업의 정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보험산업의 시너지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난달 제10대 보험개발원장에 취임한 김수봉(55·사진) 원장은 '보험정보 관리 일원화' 같은 민감한 사안도 피해 가는 법이 없었다.

보험개발원에 오기 전까지 금융감독원에서 25년 동안 보험검사와 감독업무를 담당했던 대표적인 보험 전문가답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보험산업 전체를 꿰뚫고 있었다. 취임 이후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인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보험개발원의 역할에서부터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발전방향까지 현장에서 느낀 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보험정보는 가족 현황부터 질병과 사고내용 등 민감한 고객정보가 모두 포함돼 있다. 현재 보험개발원 외에도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세 곳에 흩어져 저장돼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보험사기 등을 막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공공성이 있는 보험개발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중단했다.

개인정보가 한 곳에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협회 등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 타 기관에 대해 '옳다 그르다'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한 뒤 "보험정보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정보는 보험산업의 정보이자 국민의 정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둘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산업을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논의가 중단됐지만 보험정보 일원화는 계속 추진돼야 할 목표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각 기관이 고객들의 보험정보를 갖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보험자료를 갖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만 따르는 일"이라면서 "자료가 유출되면 해당 기관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보안을 강화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은 보험산업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를 맞아 보험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당국이 발표한 금융산업 발전방향의 핵심은 100세 시대의 신금융 수요창출에 달려 있고 그 중심에 보험산업이 있다. 김 원장은 "노인 등 취약계층,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보장상품 출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험사를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상품의 개발과 보험에 관한 조사연구,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험료율 산출, 보험 관련 정보의 효율적 관리 이용 등을 주로 맡고 있다. 보험회사와 국민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국민들은 드물다. 김 원장은 지난달 11월 취임사에서 "고객 중심의 세계적인 보험전문 서비스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히 고객 중심의 금융정보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그가 강조한 '고객중심'은 무엇을 뜻할까. 그는 "보험개발원의 고객은 크게 보험산업을 구성하는 보험회사와 국민으로 나눌 수 있다"면서 "개발원은 보험료율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산출하고 회사에 제대로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보험료가 과도하게 부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발전을 고객의 보험 서비스 이용 편리성과 연계하는 작업도 보험개발원이 할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자동차 보험의 경우 IT를 기반으로 한 사전견적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보험에 든 차량이 사고를 내 정비공장에 입고되면 정비공장은 차량수리에 따른 공임과 부품가격을 계산해 보험개발원에 보낸다. 이후 보험사가 보험개발원으로부터 받은 견적서가 적정한지 심사한 후 이를 다시 개발원에 보내면서 최종 승인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차량사고를 낸 고객은 보험에 가입돼 있기만 하면 별다른 절차를 밟지 않아도 차 수리가 자동 처리된다. 보험개발원이 정비공장과 보험회사 사이에서 조율한 결과다.

보험개발원이 이런 시스템을 사람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도 적용하면 보험고객의 편의성 제고는 물론 정보 축적으로 다양한 보험상품이 출시되는 등 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현재는 차 파손과 같은 물적 부문에서만 이뤄지는 서비스를 사람이 다쳤을 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면서 "정비공장과 보험회사를 연결하듯 보험개발원이 병원과 보험회사를 연결해주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가 중간에서 직접 서류를 떼어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고 보험개발원 입장에서는 정보가 집적되기 때문에 적정 보험료 산출은 물론 다양한 신규 보험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비용감축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이 100개, 보험사가 10개 있다면 총 1,000개의 회선이 필요하지만 보험개발원이 중간에서 둘을 연결해주면 회선이 110개면 된다. 지금보다 인프라 비용을 9배나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의 기대와 달리 병원과 보험회사를 직접 이어주는 보험금 제3자 지불제도는 현재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해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의료보험 체계를 무너뜨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민영보험은 공공의료보험을 침해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다만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부문을 효율적으로 커버하기 위한 것인데 논의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감독 당국에 오랜 기간 몸담아오면서 보험산업의 미래를 고민해서였을까. 공공보험과 민영보험의 역할관계 정립, 민영보험정보 일원화 문제 등 보험산업 과제를 해결하려면 이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국민소득이 2만~3만달러를 넘고 고령화 사대로 가면 어떤 사고로 생길 상실소득, 인생 후반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이는 보험 수요로 연결됩니다.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보험의 역할이 중요하고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보험산업이 크게 발전하려면 지금 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책당국과 국민들, 보험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이호재기자

△1958년 서울 △1982년 동국대 전자계산학과 △1986년 보험감독원 입사 △2004년 금감원 보험감독국 경영분석팀장 △2005년 금감원 보험감독국 보험계리실 팀장 △2008년 금감원 총무국 실장 △2009년 금감원 생명보험서비스국장 △2010년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 △2013년 11월~ 제10대 보험개발원장

'배려의 아이콘' '보험업계의 호인(好人)' '젠틀맨'

김수봉 보험개발원장이 금융감독원에 근무했을 때부터 그를 줄곧 따라다닌 별명이다.

김 원장은 지난 25년간 금감원에서 줄곧 보험감독과 검사업무를 담당했다. 보험개발원장으로 옮기기 전에는 실질적으로 보험업계를 총괄 감독하는 금감원 부원장보로 일했다.

때로는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러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의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덕장(德將)으로 평가받는다. 주위를 보듬는 능력도 뛰어나 그를 따르는 후배도 많다. 하지만 정작 김 원장 본인은 이런 수식어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면서 손사래를 친다.

그는 "보통 갑을 관계를 많이 따지는데 나는 왜 그걸 따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편"이라면서 "감독원에 있을 때도 큰 틀에서 보면 나 역시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다만 보험회사를 감독하는 역할이 주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위치와 역할이 다를 뿐 보험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적은 같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 원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그는 "사람들은 일할 때 그 일 자체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과의 알력이나 트러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렵고 힘들 텐데 말까지 통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일 자체도 원만하게 풀릴 수 있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면서 "일부러 배려하려고 신경 쓰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 직원들도 소통을 중시하는 김 원장의 스타일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점차 적응하는 분위기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원장실에 보고를 받는 테이블이 있다. 거기에는 원장님이 앉는 헤드석이 따로 있는데 김 원장님은 한번도 그곳에 앉은 적이 없다"면서 "직원들과 마주보고 앉아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직원들도 많이 당황했는데 이제는 원장님의 뜻을 이해하고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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