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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민주'와 '유괴범'
입력1999-08-20 00:00:00
수정
1999.08.20 00:00:00
새로 태어난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더욱이 난산 끝에 낳은 아이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그러나 첫돌이 지나 두살이 되면 조금 달라진다. 아이의 울음소리로 밤잠을 설치면 아무리 사랑스런 자식이라도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미운 일곱살」이란 말이 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좀처럼 듣지 않는다. 또 마냥 투정을 부릴 때도 많다. 이 때 무턱대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다가는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거리감이 생기고 반항심을 갖게 한다.
아이가 철이 뜰때 쯤이면 사춘기가 찾아 온다. 요즘은 조숙하기 때문에 13~14살이면 사춘기가 찾아 온다고 한다. 아이가 사춘기를 잘 넘기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귀를 열어 놓고 솔직한 대화를 하라」는 얘기를 듣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民主)」라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 아이의 나이가 두살 남짓됐다는 사람도 있고, 13살 정도는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야 정권교체를 기준으로 하면 이제 겨우 두살이고, 대통령직선제 부활을 기준으로 하면 13살이다. 문민정부를 기준으로 삼아 일곱살이라는 주장도 많다. 여하튼 우리의 「민주」는 미성년자 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민주는 분위기에 휩쓸리고, 또 즉흥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 차분히 대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가장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세번의 「유산」이라는 고통을 겪은 뒤에 네번만에 낳은 아이라서 그런지 정말 애지중지한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어린 「민주」를 다루는 데는 아직 서툰 것 같다. 장관부인 옷사건, 전직 대통령 아들 사면, 동강댐 논란 등에서 보인 金대통령의 태도는 마구 떼를 쓰는 아이 앞에서 한 손에는 사탕을, 다른 한 손에는 회초리를 각각 들고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아빠를 연상케 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주변환경을 잘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어린 민주의 주변에는 나쁜 환경들이 많이 있다. 지역·집단이기주의가 대표적 예다. 이들은 민주를 볼모로 해 자신들의 이득을 꾀하려 한다.
「민주」를 훌륭하게 키우려면 유괴범이나 다름없는 지역·집단이기주의를 제거해야 한다.
金대통령은 지난번 8·15 경축사에서 정치·재벌개혁, 생산적 복지, 교육 등의 부문은 구체적인 방안까지 소상히 밝혔지만 지역·집단 이기주의 제거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유괴범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아이를 호화롭게 치장했다간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은 민주의 생활이나 교육보다는 당장 유괴범 퇴치에 주력하는 것이 급선무다. /JSKIM@SED.CO.KR
정경부 金埈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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