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孤山) 윤선도가 1652년 보길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쓴 어부사시사. 1년 4계절이 바뀌는 일상 속에서 어부들이 배를 띄워 바다에 나가고 고기잡이를 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총 40수의 시조로 이뤄진 어부사시사는 배 떠라, 닻 들어라, 돛 달아라 등 고기잡이의 진행 과정을 나타내는 소리들을 삽입해 탁월한 음악성이 돋보인다. 작곡가 임준희는 '어부사시사'에 담긴 어부들의 흥겨운 일상,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등 고산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형상화해 국악칸타타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 해 10월 초연된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를 오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다시 올린다.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져 한국 창작 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지난 해보다 음악적 완성도가 깊어졌다. 초연 당시에 비해 국악기 비중을 높이는 대신 타악기의 과다한 표출은 자제시켰다. 기존 16개 곡들을 4계절 흐름에 따라 기승전결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2곡을 추가해 총 18곡으로 수정했으며 여창ㆍ테너ㆍ바리톤 등 소리꾼과 성악가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17세기 고산의 시를 21세기 우리 소리로 재현했다. 여창은 탁월한 가창력으로 정가의 정통성과 멋을 현대적 음악 언어로 해석하는 소리꾼 강권순, 테너는 깔끔하고 매끄러운 음색으로 정가풍의 선율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최상호, 바리톤은 독일가곡과 오라토리오 분야는 물론 여러 가지 음악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노대산이 각각 맡으며 서울대 합창단이 장중한 화음을 맞춘다. 특히 올해 무대가 고산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인 만큼 해남 윤씨 종친회의 협조를 얻어 윤선도가 직접 사용하던 거문고 '고산유금(孤山遺琴)'을 귀빈들이 무대로 들어 올리는 세레머니가 진행되며 해오름극장 로비에는 국립국악원이 작업한 고산유금 복원본이 전시된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고산이 남긴 어부사시사는 서정적이면서도 생생한 묘사로 조선시대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윤선도가 남긴 거문고를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 공연의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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