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4일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권과 야권책임론을 내건 여권의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의 불공정성에서부터 현재의 난국을 초래한 현 정부를 비판하며 지방선거에서 이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국회를 식물상태로 전락시켰다며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정치판에 화두가 된 '새 정치'로 대표되는 정치쇄신론이 여야 모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가세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심판 vs 야권책임론의 한판대결=안철수 의원이 지방선거를 겨냥해 신당 추진작업에 속도를 내고 여론의 지지율도 높아지면서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 등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현 정권의 불통을 거론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말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의 중간심판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갈등에 대해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에 나서기보다 불통정치로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지방선거 전략으로 현 정부의 불통을 정조준할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대선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대선에 이긴 걸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방선거에서 대선의 완결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새누리당이 압승·필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야권으로 제기되는 대선불복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미다.
안철수 신당 측은 정치쇄신론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내외적 위기 속에 우리 정치는 극한대립만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반성의 바탕 위에서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고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야 구도에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등 수도권에서는 야권책임론과 정권심판론 등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싸움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높아졌지만 서울시장(민주당), 경기지사(새누리당), 인천시장(민주당)에서 형성된 양강 구도의 틀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호남 패권 따라 정치지형 바뀐다=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 호남은 이번 지방선거의 격전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제1야당인 민주당을 넘어선 상황인 만큼 야권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의 결과가 정치권 지형까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13년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37.9%)에 이어 2위(27.3%)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2.1%의 지지율로 3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호남권(50.4%)과 30대(43.8%), 대학교 재학 이상(33.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권을 기반으로 정치권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호남의 경우 '낡은 세력'과 '미래 세력' '야권분열 세력'과 '야권통합 세력'이라는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안철수 의원은 12월26일 광주를 찾아 "기존 낡은 체제로는 수권을 못한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낡은 사고체제를 호남에서 걷어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을 호남에서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세력을 새로운 미래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충청 지역의 경우 신야권연대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각 후보를 낼 경우 야권에 대한 표심이 흩어져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선거가 흘러갈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연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충청 지역에서 야권연대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야풍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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