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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개 품목 '껑충' 장바구니 물가 '비상'


8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주부 이윤순(54)씨는 매장을 돌면서 깊게 한숨지었다. 무와 마늘 등 주요 채소 값이 예년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장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는 데도 부담될 지경”이라며 “두어 달 후에는 김장도 해야 하는데 비싼 채소 값 때문에 지난해 수준으로 김장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바구니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연초 이상저온 현상에다 여름철 폭염과 태풍 등을 거치며 물량이 크게 줄어든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생활물가를 측정하는 152개 품목 가운데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값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75%인 114개로 나타났다. 특히 10% 이상 가격이 뛴 품목만 23개에 달했다. 생활물가는 정부가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52개 품목을 선정해 작성한 것으로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지표다. 가장 많이 가격이 뛴 품목은 무로 전년 동월에 비해 값이 무려 126.6%나 비싸졌다. 마늘(85%)과 수박(72.6%), 시금치(56.9%)와 오이(54.7%)가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포도와 오징어가 각각 43.4%, 43.0%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고 연초 1포기에 5,000원까지 치솟아 ‘금(金)추’로 불렸던 배추(35.9%)와 2~4월 이상저온으로 가격이 폭등했던 상추(34.9%) 값도 크게 올랐다. 신선식품 이외에 아이스크림류가 8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9% 올랐고 이어 취사용 액화석유가스(LPGㆍ17.4%), 여자 구두(12.5%), 콜라(7.6%)와 로션(6.3%) 가격도 뛰었다. 이밖에 버스비와 학원비ㆍ미용료 등 서비스 전반의 이용비도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8월보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섬유연화제(-15.3%)와 귤(-10.0%), 쌀(-9.4%) 등 22개로 전체의 14.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생활물가 폭등은 전통시장 추석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골목시장의 유의준 조합장은 “채소와 과일 도매가가 지난해보다 50% 올라 상인들이 아예 물건을 많이 들여오지 못한다”며 “손님들이 가격만 묻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당장 시작될 추석 대목이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측에서는 9월 이후에도 국제 곡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요인과 태풍 등 기후요인에 따라 지금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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