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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IMF'의 경고음
입력2002-10-17 00:00:00
수정
2002.10.17 00:00:00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가 다시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경우가 82.5%나 된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지난 97년말 IMF 위기를 겪은 후 미국의 정치음모설이 등장하고 IMF의 처방 자체를 놓고도 한국의 경제실정을 너무 무시했다는 비판이 비등했지만 IMF 체제를 이미 졸업한 상황에서 시중에 다시 제2의 IMF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97년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우리가 그야말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면 이제는 경기전망을 불확실하게 내다보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이어 현금보유량까지 늘려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즈음 제2의 IMF 위기설이 설득력 있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기업 때문이라기보다는 가계부채 급증 현상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GDP의 70%에 이르는 사실을 두고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인데 뭘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의 가계대출 비중이 80%이면서도 금융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자산ㆍ부채비율이 우리의 두 배나 되는 410%라는 사실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웃 일본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13년째나 불황의 터널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뻔히 바라보면서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이나 허덕이는 카드빚 사태를 예사롭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 오지말아야 할 제2의 IMF 위기가 만의 하나 다시 닥친다면 97년의 '기업 IMF"가 아니라 이제는 '가계 IMF'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있다. 물론 정부로서도 손을 놓고 가만 앉아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한 갖가지 세제개편안을 내놓은데 더해 부동산 담보대출 제한의 전국 확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요건 강화, 개인 워크아웃제 도입 등 나름대로 위기에 대처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를 건전하다고 믿는 한구석에 단기적인 재정팽창과 소비진작에 따른 일시적인 신기루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없지않은 만큼 정부는 지나친 낙관으로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미국 경제를 놓고 '더블 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성장엔진인 기업투자와 소비지출이 부진하다는 사실을 일본식 자산 디플레이션의 위험성까지 예고되는 마당에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할 일만은 아닐 것 같다. 또 한동안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갑론을박했던 금리인상 문제도 이미 때늦은 논쟁이었다고 단정하면 그만이지만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위험이 혼재하는 현재의 우리경제 입장을 감안할 때 보다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복숭아와 배나무는 사람을 초대하지 않아도 꽃과 열매가 있어 그 아래에 절로 지름길이 난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더라도 돈은 수익을 향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풍부하면서도 드러내놓기 싫은 유동자금은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언젠가 동물의 세계에도 사기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읽고 아주 흥미로웠다. 아마존강 유역의 개미때까치는 이유없이 비상경고음을 지르고 다른 새들이 혼비백산해서 숨고 있을 때 유유히 날아다니며 벌레들을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관찰한 바로는 718번의 경고음 가운데 106차례나 거짓 신호였다고 한다. 97년 IMF 체제 이후 우리 경제는 완전히 세계시장 속에 편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지구촌 경제에서 살아 남으려면 정부는 어느 경고음이 거짓인지 아닌지 분별하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인모<성장기업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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