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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정실·낙하산' 인선
입력2001-03-05 00:00:00
수정
2001.03.05 00:00:00
국민銀출신 대거 발탁-지역·부처간 나눠먹기국내 금융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의 경영진 인선은 결국 '정실ㆍ낙하산인사'로 귀결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후선으로 물러난 구시대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고 경영능력이나 개혁성도 사라졌다. 지역ㆍ정부부처간 나눠먹기도 역력하다. 소수 관변 엘리트 인재풀 속에서 이뤄진 '멤버십 인사'도 그대로 재연됐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며 국내 금융선진화를 이뤄나가야할 정부 지주회사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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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작업, '그들만의 잔치'=자회사 행장중 눈에 띄는게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발탁이다.
황석희 평화은행장과 강신철 경남은행장 등이 그들. 장은 출신인 윤병철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의 의중이 반영된 흔적이 역력하다. 장은 출신이 국민은행과의 합병과정에서 홀대를 받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인선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셈.
인선발표 이틀전까지 평화은행장으로 굳어졌던 H씨가 낙마한 것도 윤회장의 친정체제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또다른 특징이 국민은행 출신의 대거 기용. 한빛은행장외에 3명의 행장이 국민은행장 출신이다. 황행장이 국은투신운용사장, 강행장이 국민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 출신이며, 엄행장도 국민리스 사장이었다. 은행권에선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에 대비, 자리를 확보해놓기 위해 두 은행의 임원을 빼가는 포석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시 드러난 낙하산인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선 발표후 "박진규 한빛은행 감사는 재경부의 낙하산인사"라고 시인했다. 재경부에서 인사적체 해소차원에서 박 재무관을 감사로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 금감위에서도 낙하산을 내려보냈다. 양동격 광주은행 감사는 금감원 국장출신으로 지난 인사에서 안타깝게 낙마, 연수중인 인물.
이근영 위원장이 당시 인사후 "양국장이 아깝다"고 말했었다. 대전고 출신으로 평화은행 감사로 내려가는 채가석씨도 이 위원장이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나눠먹기에 리더십부재=이번 인사는 교묘하게 지역간 나눠먹기가 이뤄졌다.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서울ㆍ황석희 평화은행장은 강원, 강신철 경남은행장은 부산이다.
관변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정치권 인사도 아니고 금융권 인사에서 지역간 안배가 이뤄진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성토했다. 최근 진골로 떠오른 '서강학파'의 득세도 계속됐다. 이 행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인물로 윤 회장과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두드러지는게 행장들의 리더십 부재. 한빛은행의 경우 학자출신인 이행장과 부행장에 기용된 김종욱상무 모두 인간적인 면은 훌륭하다는 평가지만 리더십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 금융계 고위 임원은 이 행장과 관련, "KDI 등에서 정부 이론만 뒷받침해온 학자가 은행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은행과 투신경영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행장은 대한투신 사장에 오른지 1년도 안돼 자리를 옮겨 정부의 '무리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욕심을 냈던 황영기 삼성투신사장은 삼성생명 임원 재임시절 문책경고를 받아 불가능했고, 하영구 씨티은행서울지점 소비자부문 대표는 하루밤을 설득했지만 불가능했다"며 "차선을 선택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윤회장의 독주체제가 될 것"이라며 "어차피 임기가 1년이기 때문에 리더십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로부터 백지사표를 받고 난후 능력이 되지 않으면 중간에 교체할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지주회사의 경영구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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