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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8일] 산은 민영화 성공하려면

정부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은 국가의 신용을 배경으로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전략적인 산업부문에 자금을 공급해 왔다. 이런 기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 성격과 업무방식을 바꾸는 일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마치 큰 건축물을 해체하는 것과 같아서 일단 민영화에 착수하면 경제여건이 바뀌더라도 돌이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업은행의 기능은 정부의 금고로서 중요산업을 개발하는 정책금융 외에도 장기설비자금 등을 공급하는 기업금융,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지원, 투자은행(IB) 업무 등으로 나눠진다.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의 기능이 통합적으로 유지됐던 건 지난 1980년대 이후의 중화학공업 육성과 산업구조조정, IMF 위기 당시 외자조달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의 외자조달과 해외진출 국내기업에 대한 지급보증은 산업은행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21세기 선진경제를 지향하는 현 시점은 ‘정부의 신용을 배경으로 제한된 시장을 놓고 시중은행과 마찰을 야기하는 대형 국책은행의 존재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할 때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산업은행 민영화의 방향, 즉 시장마찰이 없는 정책금융기관(KDF)과 투자은행으로 분리하는 큰 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눈을 밖으로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와 그에 걸맞은 인적ㆍ물적 노하우를 갖춘 금융기관만이 시장을 차지해 왔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때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해 왔지만 각종 규제와 미비한 법규, 영어구사 인력의 부족 등으로 대표 금융기관 육성이 늦어졌다. 이럴 때는 토종 금융기관이 성공사례를 만들어 외부 손님을 불러모으는 분위기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다. 빠르고 전략적인 전환을 통해 트랙 레코드(경력)를 쌓아가면서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도 금융기관들의 변화를 선도하고, 금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만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의 등장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국제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활동해온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면 그 중심축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의 떠오르는 투자은행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조기에 전략적으로 탈바꿈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싱가폴 DBS는 1998년 우편저축은행을 인수하고 그 이듬해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아시아 최대의 금융그룹으로 발전했다. 산업은행도 정책금융기관의 옷을 벗고 민간금융회사로 체질개선을 하려면 최소한의 워밍업 기간이 필요하다. 산업은행 민영화의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은행 자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토종 투자은행 육성은 충분한 시간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의 옷을 벗고 새로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중국 금융자본의 아시아 전략이나 한반도의 통일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모자란 것은 지원해주고 걸림돌은 치워내는 다각적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정부가 국내외 여건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조급하지 않게 초심을 유지하면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의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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