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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단순한 것이 강하다

오갑원<통계청장>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연휴기간 중 흐리거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이 예보를 듣고 언제 성묘를 다녀올지, 나머지 연휴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을 것이다.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은 흐리고 중북부지방을 중심으로 한때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기상예보를 듣고 국민들이 기압골과 기상상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모든 기상상태를 그림으로 보여주거나 우리의 일상생활과 묶어서 숫자로 나타내준다. 야외에서 운동하기는 어떤지, 빨래하기는 어떤지, 차를 씻기에는 어떤지 등등을 숫자로 표현해준다. 이렇게 단순화시키면 국민들은 전문적인 기상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많은 통계도 이런 형태다. 통계청에서 매월 말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을 보자. 이는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활동에 대한 동향을 매월 통계수치로 보여주는 유용한 통계다. 이 통계에는 광공업ㆍ건설업 등 많은 유형의 산업과 함께 생산ㆍ가동ㆍ재고ㆍ도소매 등 복잡한 과정도 포함돼 있다. 통계청에서는 이를 몇 개의 지수로 간단하게 표현해준다. 여기서 발표되는 지수만 보더라도 우리 경제의 단기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국민들은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간단한 숫자로 우리나라의 산업동향을 알 수 있고 여기에 맞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이 통계의 힘이다. 우리가 세균이라고 부르는 박테리아는 몸이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가장 단순한 미생물이다. 이 박테리아보다 생명력이 강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영하 사십도인 남극에서부터 깊이 수천미터의 태평양 심해저까지 박테리아의 끈질긴 생명력을 입증하는 자료는 많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의 근원은 단순함이다. 단순할수록 강해진다. 세상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하게 분화된다. 한 분야에서는 전문가지만 대부분의 다른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로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통계를 이용하면 된다. 통계는 복잡한 현상을 가장 단순하고 명쾌하게 나타내는 수단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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