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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스/해외재테크] 美 지금 모의증권투자 열풍
입력1999-08-29 00:00:00
수정
1999.08.29 00:00:00
알렉 휴프나겔씨는 50만 달러를 투자해서 8주만에 170만 달러를 만들었다. 그는 뉴욕 월가의 펀드 매니저도 아니요, 미국 동부 명문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따지도 않았다. 두달만에 돈을 세배 이상 굴린 사람은 다름 아닌 15살 밖에 안된 중학생이다. 그는 동료 학생들이 운전면허 따기에 골몰하는 나이에 증권 투자에 관심을 기울였다. 올봄에 아버지와 함께 「인베스트먼트 챌린지」라는 모의증권 대회에 참여했다. 그가 주목한 종목은 당시 급상승하고 있던 인터넷 경매회사인 「E-베이」,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었다. 불행하게도 그가 투자해서 번 돈은 가상의 자금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은 2,000달러의 상금과 트로피 등 부상을 수여했다. 상보다 중요한 것은 이 학생이 대회를 통해 장래에 유명 펀드 매니저가 되겠다는 꿈을 굳혔다는 사실이다.미국인들의 증권투자 붐이 확산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모의증권 대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전역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는 「경제 교육을 위한 증권산업 재단」 주최의 「증시 게임(STOCK MARKET GAME)」. 이 대회는 지난 77년에 시작, 매년 치러지고 있는데, 최근 10년동안 참가자가 80%나 증가했고, 올해 70만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경제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인 CNBC 주최 「학생 증권 토너먼트」에는 지난해 4,500팀이 참여했으나, 올해는 6,200팀이나 몰렸다.
학교와 부모들도 학생들의 모의투자를 권장한다. 학생들이 수학은 골치 아파하지만, 증권 투자를 가르치면 재미있게 듣는다고 선생들은 말한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성년이 됐을 때 사회생활과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모의증권 게임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CNBC TV의 앵커 빌 그리피스씨는 『증권시장은 더이상 어른이나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이제 모든 계층의 경제생활에 증시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학생들이 증권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10년 이상 증시가 상승하는 바람에 증권투자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부모나 주변 어른들의 대화에서 주식투자 얘기가 주요 화제로 떠오르는 것을 옆에서 듣는다. 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어린 학생들도 온라인을 통해 주식시장 정보와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모의 증권투자 게임은 학교에서 교육과정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론매체, 증권브로커 회사, 대기업, 지방정부 등이 주최하는 경우도 있다.
주최측에 따라 룰을 만들어 게임을 운영한다. 매도를 허용하지 않고, 매입과 보유만을 허용하는 대회도 있다. 어린이들에게 주식 장기투자를 권장하는 게임이다. 이에 비해 매도를 허용하되, 일정 기간 보유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주식시장에서처럼 거래 수수료를 물고 언제라도 치고 빠져 나오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CNBC 주최 토너먼트는 주식은 물론 옵션 거래도 가능하며, 단기 투자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 올해엔 위스콘신주 출신의 16살짜리 소녀 3명으로 구성된 팀이 11주 동안 9배의 수익율을 올려 우승했다. 소녀들의 투자종목은 역시 인터넷 주식이었다.
상은 대회마다 다르다. CNBC 대회의 경우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주식 200주를 주고, 별도로 학생들의 학교에 2만달러의 부상을 배려한다. 1,000~2,000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저축성 채권을 지급하는 대회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한 대회는 뉴욕 월가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하는 여행 경비를 대주기도 한다.
그러나 순진한 학생들에게 물질세계의 비정함을 가르치고, 주식 투자의 원론보다는 투기성 단기투자를 조장한다는 비판론도 있다. 뉴욕주립대의 루이스 만델 교수는 『학생들에게 증권시장에 대한 교육을 시킨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실제 한푼의 손해도 보지 않는 가상의 투자 게임이 수익과 리스크의 상관관계를 가르쳐주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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