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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특별인터뷰] 안성기 영화배우

"시대 변화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 돼야죠"<br>노쇠해졌다는 말 안듣기 위해 매일 운동·명상하며 자기관리<br>유통업체만 돈버는 구조 문제 DVD등 2차시장 활성화해야


“노쇠해졌다는 얘기를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촬영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중노동이라서 체력소모가 많아요. 따라서 배우에게는 몸이 재산입니다. 매일 운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늘 뒤따르는 영화배우 안성기(57ㆍ사진) 에게는 온화한 미소 뿐 아니라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군살 하나 없는 강단 있는 모습이 공존한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의 아역으로 데뷔한 지 5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꼽힌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49주년 기념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질문 하나 하나에도 주의 깊게 대답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 뒤에는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가장 큰 이유는 ‘성실함’ 때문일 것이다. 그는 많은 영화를 꾸준히 찍어왔고 시상식이나 경조사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영화계에서도 덕망이 높다. 그는 “이젠 내가 시상식에 안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며 “수상여부를 떠나 축하를 해 주는 게 행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영화인들이 많이 참여해 시상식을 축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총 90여 편에 달하는 작품에 등장한 다작(多作)배우인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성실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매년 적어도 한 두 편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대작이 아니라도, 주연이 아니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 이하나와 촬영을 마친 영화 ‘페어러브’도 제작비 10억원 정도의 저예산 영화다. 그는 “한 때 영화를 전부 크게만 만들려고 해서 영화계가 점점 어려워졌다”며 “꼭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야 좋은 영화는 아니다. 작은 영화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참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영화는 작지만 구성이 잘 돼있고 인물의 매력도 잘 드러나서 출연하게 됐다”며 “대작 영화는 대작 영화대로, 저예산 영화는 저예산대로 잘 만들어서 영화계 전체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성기는 현재 한국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시장의 구조가 영화와 관계없는 유통업자들만 돈을 벌게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DVD 등 부가 판권이 거래되는 2차 시장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침체돼 있다”며 “2차 시장을 살리고 양성화해서 안정적인 배급이 이뤄지면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관객들도 정당한 경로를 통해 컨텐츠를 접하는 게 영화계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중국 북경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는 ‘안성기 특별 회고전’이 마련됐다. 그는 “중국에서 영화는 심의 하에 상영되기 때문에 상영허가를 받지 못한 영화들이 있었다”며 “특히 투캅스는 부패한 경찰의 얘기라 상영이 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영화는 예술이면서도 정치적인 산물이다. 안성기는 이와 관련 “영화는 시대의 거울이기에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정서를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속 대사 ‘듣고도 못 들은 척,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척’의 예를 들며 “80년대에는 우울하고 말없는 분위기의 영화가 시대와 어울렸는데 90년대와 2000년대 들어서 그런 영화가 나오면 ‘왜 이러지?’이런 분위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의 성격이나 요소들을 받아들여 표현하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면 낡게 된다”고 말했다. 안성기에게 배우란 ‘기다리는 직업’이다. 작품에 배역은 만들어져 있고, 배우는 그 배역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을 가다듬으며 기다리는 것이다. 신뢰와 성실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 안성기, 그는 자신을 가꾸면서 다음에 어떤 배역을 만나게 될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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