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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중국행 골드러시

<파이낸셜타임스 22일자>

중국 은행으로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현상은 지난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 현상과 비슷하다. 해외 은행들은 앞날이 밝지만 아직 불확실한 영토에 앞 다퉈 말뚝을 박고 영역 표시를 하기에 바쁘다. 최근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메릴린치 등과 합작해 중국 은행 지분 10%를 인수하기 위해 31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기관의 주주들은 아직 일반적으로 중국 은행권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특정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한다. 중국 은행의 주식을 찔끔찔끔 사들이는 행위를 아무리 정당화한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분명 위험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RBS의 중국 은행 투자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곧 외국 기관의 주주들이 중국행 골드러시에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중국 투자를 선도한 이들은 위험에 상응할 만한 실적을 뽐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된다. 그 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주식을)싸게 사거나, (기업)가치를 더하는 일뿐이다. 지금 중국 은행에 투자하는 것은 그들의 잠재적 가치에 비하면 턱없이 싼 가격에 주식을 확보하는 현명한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 은행권의 방만한 회계 시스템과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부실채권의 증가 등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 잠재적 가치가 완전히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중국 은행들에 세련된 위험관리 기술이나 경영 전략 등을 전수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은행들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한 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변화를 꾀할 것이다. 그래도 중국의 은행에 투자하고 싶다면 투자 은행들의 다양한 전략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HSBC나 씨티그룹은 언젠가는 최대 주주로서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중소 규모의 중국 은행들을 사들이고 있다. RBS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배당을 노리며 중국 내에서도 1ㆍ2위 규모의 은행들을 공략하는 것과는 대비가 되는 전략이다. 중국행 투자 열차에 올라타기 전에 어느 전략이 더 이익이 되고 안전한지 고민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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