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금융산업 밸런스가 무너진다] (상) 자금 쏠림에 심해지는 돈맥경화

특정 금융권에 자금 집중 유입… 정작 기업은 "돈달라" 아우성<br>금리 낮아질대로 낮아져<br>우량 중기에만 대출 몰려<br>은행도 역마진에 부실 우려


예금과 대출이 한쪽으로만 몰리면 '돈맥경화'가 일어난다. 금융은 사람의 몸으로 치면 피 같은 역할을 기업에 하는데 이런 임무의 중심에는 시중은행이 있다. 하지만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상호금융은 예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고 대출은 일부 우량 업체에만 쏠린다. 대체적으로 '은행>2금융권'순으로 돈이 모이고 나가야 원활한 자금중개가 이뤄지는데 이 같은 균형점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시장이 왜곡된다. 중소기업 대출은 우량사에 집중 지원되고 있고 회사채 시장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1월 들어서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은행에서 2금융권과 대기자금으로 '머니무브'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저금리에 신음하는 보험사는 몰려드는 고객에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자금중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작 돈이 필요한 업체나 개인은 어려움을 겪고 금융사도 역마진에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우량 중기에만 몰리는 대출=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금리가 4% 미만인 여신의 비중은 6.1%였지만 12월에는 10.5%로 4.4%포인트나 증가했다. 32%였던 4~5% 구간의 대출 비율도 같은 기간 40.2%로 늘었다.

3개월 만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우량 업체에 대한 중기대출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낮추기는 했지만 이미 중기대출 금리는 낮아질 만큼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중소기업 대출 공급량은 적지는 않지만 우량 업체 중심으로 대출이 계속 늘어난다는 게 문제"라며 "중기대출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회사채 시장도 초우량 기업의 물량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양 같은 일부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의 초단기 기업어음(CP)을 계속 찍어내는 형태로 연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권의 예금 흐름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상호금융권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기본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확대 정책 탓에 시중은행에서는 대규모의 자금이 빠지기도 했다. 국민은행만 해도 지난해 12월에 약 3조8,000억원가량의 정기예금이 줄었다. 1월 들어서는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1월 말 현재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잔액이 전달에 비해 약 13조8,000억원이나 늘어나 자금흐름은 예상이 힘든 상태다.



일부 돈은 보험사에 몰리고 있다. 1일 삼성생명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만 4,500억원 규모의 즉시연금을 팔아치웠다. 2억원 이상 가입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 종료 때문인데 저금리 상황에서 향후 자금운용을 감안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돈이 몰리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저금리 탓…향후 부실 우려=금융권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저금리 탓이다. 저금리ㆍ저성장 흐름이 계속되면서 예금은 한 푼의 이자라도 더 주는 곳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처럼 고객의 돈을 받아 이를 굴려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저금리 때문에 대출과 투자가 왜곡된다. 대출금리가 높을 때는 이자를 통해 부실을 흡수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회색지대 업체에 대출을 꺼리게 된다.

받을 수 있는 금리가 사실상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우량한 기업만 골라 대출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중장기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 보험사도 보다 안전한 채권이나 회사채에 '몰빵'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금과 대출의 흐름이 꼬이면서 금융권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예금 등이 한쪽으로 몰리면 수신을 많이 한 금융사는 역마진이 나게 되고 결국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 투자나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몇 년 뒤 대규모 부실을 불러오게 하는 위험요인이라고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자금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지금은 어떻게라도 버틴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상당수 금융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