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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살기좋은 도시의 도서관

金仁淑(소설가)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공원이 있고, 전철이 있고, 극장이 있고, 백화점도 있다. 해마다 이사철이 되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살기 편한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별 망설임없이 그렇다, 라는 대답을 해주곤 한다. 내게 질문을 한 사람이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가정주부라면 더욱 대답은 간단하다. 근거리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별로 어려움없이 다닐 수 있는 대형 할인점도 몇군데나 있는 것이다. 장을 보는 일이 어렵다면 그 동네는 결코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다. 직장이 너무 멀리 있고 아이들의 학교가 너무 멀리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런 동네는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닐뿐더러 결코 경제적인 동네도 아니다. 한 곳에서 눌러 살면서 그 도시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그런데로 흥미가 있는 일이다. 한때는 신도시 건립 반대의 필사적인 구호를 외쳤던 원주민들의 시위 현장이기도 했으나, 어쨌든 도시는 세워졌고 그후 벌판같았던 도시에 길이 닦였고 공원과 극장과 서점도 생겨났고 학교도 자리를 잡았고 장터들도 곳곳에 생겨났다. 물론 애초에는 없었던 나이트클럽과 모텔들도 생겨났다. 때때로 택시를 탈일이 생길 때마다 교통비가 엄청나게 든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생활에 불만을 느낄만한 요소는 거의 없는 곳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정도라면, 나는 정말 경제적인 도시에 살고 있는 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또, 내가 이 곳에 살기 시작한 4년전부터 건립중인, 그러나 아직은 문을 열지 않은 종합병원이 있고, 또 언제 생길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부지가 설정되어 있는 시외버스터미날이 있고 계획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한 때는 분명히 계획한 바가 있었던 종합운동장의 꿈도 있었다. 꿈으로 치자고 들면, 이 도시를 문화도시, 전원도시로 만들겠다던 누군가의 엄청나게 목청컸던 큰 소리도 있었다. 이만하다면, 이곳은 정말 속이 꽉찬 경제적인 도시라 하겠다. 경제 도시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인 도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시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공원이 있고 산이 있고 극장도 있고 술집과 모텔도 있지만, 도서관은 없다. 내가 이곳에 살기 시작한 4년 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언젠가는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 백화점이 두 개나 생기고 할인점이 또 몇개나 생긴 것처럼, 도서관도 생길 것이라고는 한다. 믿을 수밖에. 그러나 아마도 도서관에서 마음을 닦고 정신을 살찌우는 일은, 경제적인 것 중에서는 가장 뒤에 속하는 일인 모양이다. 이 도시의 입안자가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후의 담당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이 도시를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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