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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망 먹통…원인조차 못찾아

일부 업무 재개 불구 신뢰할 만한 수준 못돼<br>막대한 예산 투입 재해복구시스템도 무용지물<br>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졸속 대책 여전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3일 농협중앙회 충무로 지점의 한 직원이 방문고객에게 업무중단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이호재기자

농협 전산망이 이틀간 먹통이 됐다. 13일 오후12시35분부터 창구입출금, 예적금 거래, 여신상환, ATM기기 입출금 등 일부 업무가 우선 재개됐지만 전체 전산업무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구되지는 못했다. 금융기관은 고객들과의 신뢰와 신용을 가장 큰 생존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번 농협의 전산장애는 단순히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정도의 문제로 끝날 성격은 아니다. 농협은 이번 사고가 중계 서버(IBM서버) 장애로 발생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장애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은 전산마비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기막혀 하지만 농협의 대응에 더욱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이다. 농협중앙회 충무로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창구에서 "인부들 임금 7,000만원을 송금 받기로 했는데 전산 장애로 돈이 들어오지 않아 싸움이 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수작업을 하든, 다른 은행망을 이용하든 빨리 거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한 고객은 "수수료란 수수료는 다 올리면서 전산장애 하나 해결 못하니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직은 원인조차 모른다"=농협에서 밝힌 전산사고의 원인은 IBM서버 장애다. 이날 농협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농협양재전산센터 서버의 문제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농협은 서울 양재와 경기도 안성 등에 2곳의 전산센터를 두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이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통상 은행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백업시스템을 가동해 단순 입출금 업무는 최단시간 내에 정상화해 고객 불편을 줄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농협은 이마저 가동이 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재해복구(DR) 시스템이 전산장애시에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일부에선 이 때문에 내부자 소행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종의 목적을 갖고 농협 서버에 접근해 조작을 시도하다 잘못해 파일 삭제가 발생하면서 일어난 사태라는 것. 농협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 전산망 장애는 대부분 인재에서 비롯된다. 지난 1년여간 발생한 금융권 전산장애를 보면 사용자 등록정보 업데이트 오류, 인증서 체계변경에 대한 대응미비, 프로그램 교체과정의 오류 등 IT부서 직원의 실수가 주요 원인이었던 사례가 상당수에 달했다. ◇소 잃고 외양간식 대책 여전=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전산장애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 1월 하나은행을 비롯해 지난해에도 언론에 공개된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ㆍ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전산망 장애만 무려 10여건에 달한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차세대' 금융전산망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 모두 관리 소홀 탓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문제가 발생한 후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점도 끊임없이 전산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시스템의 복구에만 열을 올리고 전체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당국도 문제가 발생해야 특별검사에 나서는 등 '사전적 지도 강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농협 전산장애와 관련해 전산망 복구 이후 전산 시스템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져 관련자를 엄격하게 제재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술적인 문제"라고 해당 금융기관이 주장하면 별다른 처벌을 내리기도 힘들다. 한 IT전문가는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보안에 신경 쓰지 않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데다 전산관리 및 보안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이런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며 "제대로 된 최고경영자급 보안 관련 책임자도 없다 보니 사전예방적 투자개념이 강한 보안 투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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