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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의 고액배당 자제 선언은 월가 시위에서 촉발된 금융회사에 대한 분노와 금융 당국의 요구에 대한 첫 화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은행권에서 최대 수익을 낼 예정이었던 신한금융이 고배당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적정 수준에서 배당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ㆍ우리ㆍ하나ㆍKB금융의 배당금은 모두 9,75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다만 외국인 주주들이 절반을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이들의 배당 요구를 어떻게 맞출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우선 고배당을 자제하기로 한 신한금융은 대손준비금을 늘려 배당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대손준비금이란 국제회계기준(IFRS)상 쌓아야 할 충당금이 금융감독의 기준보다 적을 경우 추가로 적립하는 것이다. 이익잉여금의 일종으로 자본으로 쌓이게 된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배당을 줄이는 데는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관계자는 "내년에 가계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것 같다"며 "내부유보를 추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11억원을 배당하는 데 그친 KB금융도 당초 계획보다 배당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 8월에 있었던 5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배당보다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힘써달라"는 당국 수장들의 요구에 "배당성향을 낮추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당국이 금융사의 배당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로 KB금융 측은 지난해 지나치게 배당을 적게 해 올해는 충분한 배당을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지시한 데 이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3일 금융권의 고배당 움직임에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국의 압박 정도가 강해진 것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그룹도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하게 쌓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내부유보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외국인 주주들을 어떻게 달랠지 고심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60% 안팎에 이르는 상황에서 배당을 줄이게 되면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의 얘기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문제"라며 "적정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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