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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9월 9일] 0.1%의 엘리트가 이끄는 중국

20년 전이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장백발 북경 부시장이 내일 아침 운동이나 하자는 연락이 왔다. 다음날 아침, 북경시내에 하나밖에 없는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장 부시장은 그 동네 촌사람을 한명 데리고 나왔다. 깍두기 머리(?)에 키는 컸지만 낡아빠진 티셔츠에 진흙이 묻은 반바지, 그리고 골프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이 사람은 촌스럽게도 오이를 비닐에 싸서 라운딩 도중 먹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권했지만 그 사람의 옷차림과 위생상태가 비슷한 것 같아 사양했다. 운동이 끝나고 식당에서도 채소덮밥 하나만 달랑 시켜먹고 휴일인데도 사무실에 일이 좀 있다며 일어섰다. 색이 누렇게 바랜 점퍼와 구겨진 바지를 입은 그를 보고 뭐 하는 사람이냐고 장 부시장에게 물었다. 허핑 장군, 덩샤오핑의 둘째딸 덩룽의 남편, 즉 덩샤오핑의 둘째 사위로 후군부사령관(군수사령관격)이란다. 마오쩌둥 주석 당시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하위 부총리가 그의 아버지이다. 내가 만난 수많은 중국 지도자들 중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구두의 앞창이 하얗게 닳아 위태로워 보이는 구두를 신고도 젊은이들보다 훨씬 빨리 걸어다니는 웨이?캭?전 중앙기율검사처서기(감사원장격), 경제위기가 오자 콩과 두유, 그리고 찐빵 2개로 매일 끼니를 때운 덩샤오핑. 세계적 화제가 된 원자바오 총리의 구멍난 운동화 등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닌 것이다. 중국, 0.1%의 엘리트들이 거대한 중국을 이끌어간다. 그 0.1%의 엘리트들은 인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결코 자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민들을 위해 자기의 삶 전체를 내놓고 일하는 것이다. 역동하는 중국, 용트림하는 중국은 자기를 낮출 줄 알고 검소한 고위 공무원들 덕분에 미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커나간다. 오늘 쌍용차 노조문제와 용산사태, 지하철 파업 등을 지켜보면 우리 고위직 공무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고위 공무원들은 어디에 있을까. 한번 찾아보고 싶다. 찾기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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