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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석유보다 귀한 물

김용덕 <건교부 차관>

우리나라는 4~5년에 한 번씩 봄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다. 그러면서 해마다 여름철 이맘때면 반대로 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홍수를 걱정해야 한다. 지난 2001년 봄에는 전국 86개 시ㆍ군에서 약 30만명이 제한급수를 겪는 등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피해가 발생했는데 바로 이듬해인 2002년 8월에는 태풍 ‘루사’로 246명의 인명피해와 5조원의 재산피해라는 사상 최대의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강릉 지역은 단 하룻밤 사이에 1년 365일 동안 내릴 비의 약 70%에 해당하는 870㎜의 비가 내렸다. 기상이변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는 유엔에서 발표한 국민 1인당 연간 확보 가능한 담수량 기준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ㆍ폴란드ㆍ벨기에와 함께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 국가별 수력발전 현황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수력발전 의존율이 2003년 기준, 2.1%로 세계 주요국가 중 최하위국의 하나이다. 캐나다의 60.0%, 스웨덴의 45.2%와는 비교할 바도 아니고 일본의 8.4%, 미국의 6.6%와 비교해도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ㆍ치수(利ㆍ治水) 등 물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을 잘 만드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홍수를 이 그릇에 가둬 피해를 막고 봄에는 그 물로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벽골제ㆍ의림지 등 우리 선조들이 옛 삼한시대부터 저수지 건설에 힘써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댐 건설과 관련해 개발주체 및 환경단체, 그리고 하천 상ㆍ하류 지역주민 등 각 이해집단간의 인식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다.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물 부족문제 해결과 친환경적 수력발전량 확대는 불가능해지게 된다. 앞으로 댐은 보다 친환경적으로 건설되고 관리돼야 한다. 질적인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적 댐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댐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도 주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댐 이외의 새로운 대체 수자원도 개발하고 있다. 체육관 등 대규모 건물의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서 이용한다거나, 해수를 담수화해 사용하는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물을 재이용하거나 누수량을 줄여 물을 아껴 쓰는 지혜도 모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간 인식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보다 합리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제는 시민단체, 지역대표, 물 전문가 등 모두가 함께 참여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현재 물 관리의 최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보완 중이다. 여기에는 사회 각 계층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장래에는 전세계적으로 석유에 이어 수자원 확보가 국가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다 안정적인 물 확보 및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함께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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