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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쉼터'에 기부하는 작은 천사들

나눔의 집 요양시설 건립에 동참 행렬

지난 3일 기부금 통장을 열어본 '나눔의 집' 안신권(43) 사무국장은 깜짝 놀랐다. 아무런 연락없이 누군가가 1천만원을 입금했는데 송금자란에는 '서울대 내과4'라고만 찍혀 있었다. 수소문 끝에 서울대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송금자를 찾아낸 안 국장은 한번 더놀랐다. 송금자는 기부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리며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책을팔아 모은 것인데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만 당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남은 삶을 보낼 전문요양시설 건립에 이름모를천사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 옆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요양시설(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240평)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나눔의 집은 2002년부터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여 1억8천만원을 모아 693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부지매입에는 소설가 공지영씨와 송월주.설송 스님 등 각계 인사가 기부했다.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면 소외여성 및 노인 요양시설로 전환될 전문요양시설은당초 계획했던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10억원의 건축비를마련하지 못해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과 자원봉사자 등의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지면서 나눔의 집 관계자와 할머니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인천 부평여고 학생 8명은 지난해 11월초 학교에서 빵을 팔아 모은 돈 19만1천300원을 들고 3시간여에 걸쳐 전철, 버스, 택시를 갈아타고 나눔의 집을 찾았다. 여학생들은 할머니들과 하루를 보낸 뒤 돌아가 영상물을 볼 때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는 순간, 예상과 달리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시던 할머니들의 모습, '다음에 또오라'며 배웅할 때 눈시울을 적셨던 일 등을 담은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지난 연말에는 서울 국악고 학생들이 방문해 공연과 함께 50만원을 전달했으며 경복여고와 하남고, 이우학교, 풍덕고 학생 등도 말없이 모금액을 보내왔다.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모 초등학교 3학년 조민정양이 5년간 모은 저금통을 털어 9만6천원을 건립기금으로 내놓아 할머니들을 감동시켰다. 수년째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는 ㈜대우엔지니어링, 지난해부터 생활비를 보태고있는 기업은행 노조, 세진산업개발, 한국세로노㈜, ㈜두레섬유, 외교통상부 부인회등도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지난달초 일본에서 열린 증언집회에서는 일본인들이 달력 300부를 구입해 5만엔을 보탰다. 이렇게 100여곳에서 모은 기금이 6천만원을 넘어섰다. 광주시는 2003년 전문요양시설 운영에 대해 환경정책법 및 환경부 고시 위배 지역이라며 재정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눔의 집은 협의를 계속해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또 일본후원회와 전시회를 여는 등 일본에서도모금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안신권 사무국장은 "전국에 생존해 있는 128명의 위안부 피해자중 상당수가 고령에 보호자없이 치매와 중풍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을 24시간 보호할 수 있는전문요양시설이 필요한데 예상치 못했던 어린 학생들의 기부는 할머니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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