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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30일] 정치 종료 '종용' 하는 정치권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두고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방송법 표결 때 의사정족수 미달에도 “투표를 종료합니다”라고 말했다가 투표 불성립 선언 후 재투표 선언을 한 이윤성 부의장에게 비난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이 부의장이 국회 의사국장의 “투표를 종용하십시오”를 “투표를 종료하십시오”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는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종료’와 ‘종용’의 발음 차를 두고 한 방송에서는 성문분석 전문가까지 동원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정치가 실종한 정치권의 다툼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정치 ‘종료’를 ‘종용’하고 싶을 정도다. 29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장외투쟁에 임하고 있는 민주당에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것은 ‘정치(正治)’가 아닌 ‘망치(亡治)’”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이) 제2의 사사오입 개헌으로 불리는 날치기를 강행했다”고 맞섰다. 두 대표의 말대로라면 지금 한국 정치는 정치가 아닌 망치로서 지난 1954년 이승만 정권 시절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된다. 참으로 명확한 상황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이승만 정권의 기묘한 논리로 움직이는 정당으로, 민주당은 망치를 행하는 정당으로 두 당 모두 시대를 거스르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는 ‘종료냐 종용이냐’가 중요한 반세기 전의 모습이다. 전세계는 최근 경제 회복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 전략(Exit Strategyㆍ위기 이후를 대비한 유동성 회수 전략)’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생존을 위한 국가적 전략 마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치는 어떤가.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몸 싸움’과 ‘말 장난’이 정치 중심에 흐르고 있다. 어디서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을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암울한 우리 정치의 출구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회의감만 날로 쌓여가고 있다. 진정 정치에 대한 ‘종료’를 선언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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