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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 회장] 23.고정관념을 깬 창작동화

1978년 5월 2도 색상의 저학년 동화책 5권이 첫 선을 보였다. 국판 양장본에 화려한 표지는 학부모들은 물론,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기획ㆍ제작비 등을 고려해 책값을 900원으로 책정한 후 출간하자 서점가에서는 “이처럼 잘 만든 동화책은 처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편집위원을 소집해 회의도 가졌다. 나를 포함해 윤석중(동요작가)ㆍ김요섭(아동문학가)ㆍ박경용(시인렙틉예?逵?ㆍ안희웅(다큐멘타리 작가), 편집을 맡은 윤두병씨 등이 참석해 책의 내용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평가를 하고, 앞으로 낼 주제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독자들의 바람을 등에 업고 여세를 몰아 시리즈로 이어 가되 세계명작과 창작동화, 위인전을 3분의 1씩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창작동화의 경우 수요 자체를 보장 받을 수 없고, 경영에 큰 보탬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로서의 사명감을 위해서라도 꼭 내야 한다는 편집 위원들의 말에 나도 공감한 터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의하면 1978년 등록된 출판사는 모두 1,920개이다. 이 중 연1종 이상 신간을 발행한 곳은 798개였고 연16종 이상을 펴낸 기업형은 전체의 9.3%(177개사)로 이들이 전체 출판량의 77%를 차지했다. 5종의 동화책을 낸 데 이어 그 해 11월까지 매월 2~3종, 모두 18종의 동화책을 시리즈로 펴냈다. 그러자. 출판계 인사들은 “예림당이 불과 창업5년만에 아동전문 기업형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출판물의 내용이었다. 18종의 신간 동화책 중에서 박목월의 `눈이 큰 아이` 박경용의 `날아온 새` 유여촌의 `달나라 땅나라` 안희웅의 `탐정놀이` 오세발의 `말하는 항아리` 김성도의 `하나 둘 셋` 등 창작 동화집이 무려 6종이나 됐다. 요즘 같으면 창작집 6권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당시로서는 전집이 아닌 단행본 창작집을 연간 6권이나 펴냈다는 것은 아동도서 출판사상 유례 없던 일이었다. 아동문학 평론가인 이재철 박사도 “당시 우리나라 형편은 창작동화의 경우 자비 출판이 많았다. 출판사들이 창작동화집은 팔리지 않는다고 안 내주니까 자기가 비용을 마련해 출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예림당이 파격적인 원고료를 책정해 창작동화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데다가 한 해 전부터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 추첨제에 힘입어 저학년 2도 동화책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세계명작동화뿐만 아니라 창작 동화집도 예상 외로 많은 독자들이 찾았다. 특히 79년에는 창작동화 4권(김성도작 하나 둘 셋, 김영일작 미워 미워 미워, 이원수작 꽃불과 별, 이효성작 인형아가씨)이 한꺼번에 당시 문화공보부 추천도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를 계기로 나는 저학년 동화뿐만 아니라 고학년 동화에 이르기까지 72종을 펴냈는데 그 중 창작동화가 무려 28종이나 됐다. 예림당 저학년 동화책은 서점에 깔리자마자 아동도서 출판계에서 주목하는 대상이 됐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도 예림당의 편집체제나 판형, 면 수까지 같은 책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형태의 동화책들로 넘쳐 나게 되었고 서점에서는 서가를 이 책의 규격에 맞춰 다시 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무엇보다도 가장 뿌듯했던 것은 창작 동화집을 외면했던 독자들이 국내 작가의 창작동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점이다. 어린이책을 내던 출판사들은 앞 다투어 창작동화를 내게 됐고, 이것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동문학가들의 창작의욕을 복 돋우는 계기가 됐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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