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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안 볼 권리
입력2003-01-27 00:00:00
수정
2003.01.27 00:00:00
고양시에 사는 가정주부 김씨는 요즘 들어 TV만 보면 머리가 지끈 거린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들어앉아 TV만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도 하기 전 부터 케이블TV에서 나오는 만화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해 밤에 눈을 붙이기 전 까지 하루종일 TV앞을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케이블TV의 일부 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서 김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의 TV 노이로제가 시작된 것은 두 달전.
어느날 관리사무소와 부녀회에서 `아파트단지의 케이블TV 일괄 시청에 관한 주민 의견을 묻는다`며 설문지를 돌렸다. 김씨는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힘겨운 저항은 다수에 밀려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며칠 후 엘리베이터 안에는 `설문조사 결과 95%의 찬성으로 케이블TV 시청이 가결 됐다`며`한 달 500원이라는 저렴한 시청료로 입주자에게 서비스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고 케이블TV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례는 공시청 사업자ㆍ 중계유선사와 아파트관리사무소 혹은 부녀회 사이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시청사업자나 중계유선사들은 가입자 수가 많을수록 홈쇼핑업체나 유사 홈쇼핑업체들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에 의하면 본인이 원치 않는 이 같은 계약은 엄연히 불법이다.
방송위원회는 이 같은 사례가 신고되면 현장으로 직원을 내보내 조사후 조치하고 있지만 인식부족으로 신고도 거의 없을 뿐 더러, 업자들이 법규상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 들어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싼 값에 케이블TV를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가입자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과 유사홈쇼핑으로 인한 충동구매 피해를 보면서 뒤늦게 경솔한 결정을 후회하기 마련이다 . 그러나 일단 결정된 케이블TV 시청은 취소가 어려워 가입자들은 유무형의 피해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공시청사업자들은 거저나 다름없는 케이블TV 시청료를 앞세워 시청 의사가 없는 사람들까지 가입자로 편입시키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케이블TV를 볼 권리가 소중한 만큼, 안 볼 권리도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송위원회 등 관련 당국도 이 같은 탈법 행위로부터 시청자를 지킬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현석기자(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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