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올 1월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이후 지난 9월까지 부산ㆍ대전ㆍ토마토ㆍ제일 등 크고 작은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지난 2008년 9월의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무려 19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는데 지금의 경영환경을 보면 나머지 91개 저축은행 중에서도 추가적인 부실이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감을 더해준다. 대주주 상근감사 선임권 배제를 은행은 국민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는 곳이기에 일반 회사보다 훨씬 더 신용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일반 회사가 부도를 내는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가경제에 주는 파급효과가 크다. 수많은 예금주들이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신용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등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국가재정에도 큰 손실을 입힌다. 그래서 은행은 다른 일반 회사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 그런데 부실 저축은행의 경우를 살펴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주주의 횡포가 심하다. 예금주들이 맡긴 돈을 마치 개인 돈인듯 착복하는 것은 다반사고 신용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실ㆍ불법대출을 일삼고 있다.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부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알고 있던 부실을 지금까지 덮어둔 것은 금감원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이를 은폐하고 넘어가려 했던 정치권과 정권 차원의 문제이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후처방도 중요하지만 부실을 예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선 대주주의 전횡과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1차적 역할은 감사위원회에 주어져 있다. 하지만 감사가 감독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주주가 상근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나 은행의 상근감사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근감사가 유명무실하다고 해서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비상근 사외이사가 상시 감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근감사의 실질적 권한을 더욱 강화해 대주주와 이사회에 대한 감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상근감사 선임권한을 대주주가 아닌 상근감사선임위원회에 주고 위원들을 2대ㆍ3대 주주와 소액주주 대표자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 저축은행법이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의 저축은행만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BIS비율 10% 이하이거나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상인 저축은행도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감사 강제지정제 활용해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제도다. 저축은행의 경우 BIS비율 10% 이하이거나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상인 경우 외부감사를 강제지정받도록 해서 보다 엄정한 회계감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정 회계법인은 금감원의 품질관리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고 부실감사시 가중처벌함으로써 저축은행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믿을만한 BIS비율이 공시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저축은행이 매년 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에서 경제대공황이 불어닥쳤을 때 미 정부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감독기구인 SEC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회계기준을 제정했다. 자본시장의 신뢰성 회복이 위기 예방의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실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투명경영을 회복하는 제도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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