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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법안 회기내 처리 ‘무산’ 배경
입력1997-11-18 00:00:00
수정
1997.11.18 00:00:00
손동영 기자
◎정치권 대선눈치보기에 ‘발목’/신한국·국민회의 등 “강행땐 득없다” 몸사려/정부 「감독원법」 등 끼워넣기로 사태 더 꼬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3개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는 신한국당 지도부가 당초 정부와 함께 논란이 많은 한은법개정안과 금융감독원설치법안 등을 「끼워넣으려다」 사태가 복잡해진데다 대선을 지나치게 의식,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표결에 반대할 경우 여당이 단독처리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7일 열린 재경위 전체회의에까지 불참하는 등 반대 입장을 강력히 나타내고 있어 여야간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않는 한 금융개혁법안의 이번 회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권은 그러나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단기금융과제로 알려진 예금자보호법 등 4개 법안 처리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신한국당은 당초 금융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감원과 증감원, 보감원, 신용관리기금을 금융감독기구로 통합하되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 특수성을 살리는 금융감독원을 설치키로 하는 등 13개 금융개혁법안을 이번 회기 안에 일괄 처리키로 했다.
이에따라 신한국당은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의 검토를 거쳐 상정된 금융개혁법안을 지난 14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장기과제인 금융감독기구 설치와 한은법개정안 처리를 차기정권으로 미루자』며 강력히 반대하는 바람에 제동이 걸렸다.
신한국당 지도부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 결과 3위에 그쳤던 이회창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2위로 오른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상당수 금융기관이 반발하고 있는 금융법안에 대한 처리를 강행할 경우 지난번 노동법 파동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 여당 단독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신한국당 신경식 총재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상득 국회 재경위원장을 만나 『여당 단독처리 자제』라는 이회창후보의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
신한국당 목요상 총무는 이날 3당총무회담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13개 금융개혁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자고 제의했으나 야당이 난색을 표시, 표결처리할 경우 상임위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기를 바라고 있으나 이번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 제정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소속 재경위 의원들은 이날 상오 9시20분께 재경위원장실에 모였으나 여야 간사회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임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재경위 간사인 국민회의 정세균 의원은 『신한국당이 언론을 이용,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따른 책임을 야당에 전가했다』며 『신한국당이 금융감독기구설치와 한은법개정안을 처리할 경우 우리는 불참하겠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민련 김범명 의원도 『이번 회기안에 금융개혁법안을 일괄 처리하려면 신한국당 단독으로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는 특히 『경제를 망친 김영삼정권이 집권말기에 금융감독기구통합문제 등 중장기 현안을 처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경식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은 이날 여러 채널을 통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를 설득했으며 신한국당 일부 재경위 의원들도 자민련 박종근, 어준선 의원 등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했다.
○…재경원은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백약이 무효」라며 정치권 설득에 마지막 안간힘.
강경식 부총리는 17일 국민회의 등을 직접 방문, 회기내 처리를 강력 요청했고 강만수차관도 두만강 개발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으로 가려던 계획을 거듭 연기하고 대의회 설득에 주력.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은 『외국 금융기관과 언론들이 우리의 금융개혁법안 처리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정책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져 아무리 강한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
그는 또 『감독기구를 통합하면 재경원 사람들이 갈 자리가 줄어드는데 왜 우리가 앞장서 이런 일을 추진하겠는가』라면서 결코 「밥그릇 싸움」 차원이 아님을 강조.
○… 한국은행법 개정과 금융감독기구 통합이 일단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자 한은은 환영 일색인 가운데 내년 1월중 이들 법안이 다시 논의될 것이란 소식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
한은 관계자는 『한은법 개정이나 금융감독기구 통합을 위해선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회기에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
그러나 한은 직원들은 『내년 1월중 다시 이 문제가 논의될 경우에 대비,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법안통과 유보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 특히 오는 12월 대선결과가 향후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김준수·황인선·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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