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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목 잡는 준법투쟁
입력1999-04-15 00:00:00
수정
1999.04.15 00:00:00
「지하철 운전 취급규정」에 따르면 지하철의 안전운행을 위해 각 역에서는 최대 30초까지 정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정차시간 한도에 대한 규정일 뿐, 운행이 지연됐을 경우에는 정차시간을 단축하거나, 허용범위 속도내에서 회복운전을 하도록 돼 있다.따라서 이번에 노조가 내세운 준법투쟁은 완전한 준법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각 역마다 전동차를 30초씩이나 정차시켜 소걸음 운행을 하는 바람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감수하게 된 것이다.
서울지하철의 노사분규는 당초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 공사측은 전체정원의 18.1%인 2,078명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이에대해 노조는 단체협약으로 정해 놓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도 않고 먼저 구조조정안을 제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학자금은 자녀 2명 한도내에서 중·고·대학생에게 등록금의 100%를 대주며, 체력단련비는 기본급 대비, 25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공사측은 금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공기업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은 학자금과 체력단련비의 미지급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측의 주장이나 노조의 반발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서울지하철이 만년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의 누적적자만도 2조8,000억원에, 매년 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로 서울시 지원과 지하철 공채로 버텨 나가는 것이 지하철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하철 노사분규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이 시민의 발을 담보로 하는 준법투쟁이나 파업은 더이상 안된다. 이로인해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금전적 피해만도 계량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번 지하철노사 분규는 민주노총의 춘투(春鬪)에도 엄청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 타결이 늦어질 경우 자칫 산업현장의 불안으로 이어져 모처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노사 양측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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