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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금융시장 육성하자] <1> 낙후성이 금융불안 가중

개인·기관 운용능력 뒤져 외국인이 수익 다 챙겨가<BR>장외거래 연70%성장 불구‘걸음마 수준<BR>'대규모 글로벌자금 시장 교란에 무방비<BR>위험성만 크게 부각‘투기’인식도 바꿔야



한국 파생금융시장은 거래 비중이 극히 낮고 상품 종류에 따른 거래계약의 불균형이 심해,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파생금융시장의 낙후성이 국내외의 조그마한 충격에도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금리와 주가, 환율이 빠르게 변동,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파생금융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위상에 걸맞게 한국의 파생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제 하에 시장의 현황과 발전방안,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한국은 파생금융 분야에서 후진국이다. 개인과 기관 투자의 자금관리 및 운용능력이 뒤떨어져 수익을 외국인에게 고스란히 넘기는 것도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해 환율방어를 위해 역외선물환(NDF), 스왑 등 외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2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 낙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윤 신한은행 PB사업부 부부장은 “글로벌 단일 시장 형성 후 대규모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금융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우선 파생금융시장의 후진성은 상품 종류별 거래의 불균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파생상품은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장내 파생상품과 외환 헤지ㆍ채권 및 이자율 연계 등 장외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내 파생상품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58% 증가하면서 세계 최고 거래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총거래계약건수는 13억8,000만건으로 전세계 거래 규모의 50%에 육박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금융거래를 수반하는 장외 파생상품의 경우 70%의 연평균 성장률에도 불구, 거래규모가 1,986조원으로 전세계 장외 상품거래의 0.43%에 머물고 있다. 김상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들이 장내 거래에 치중하지만 장외 거래는 상품을 개발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은 매년 대규모의 손실을 기록, 외국인들에게 ‘봉’ 노릇을 하는 게 현실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002년에 7,878억원, 2003년 3,589억원, 지난해 상반기에 5,047억원의 손실을 낸 데 비해, 외국인들은 2002년 3,021억원, 2003년 3,291억원, 지난해 상반기에 3,400억원의 수익을 따먹었다. 장외 파생상품의 경우 외환 관련 거래가 거의 대부분이며 시중 은행들의 거래량이 전체의 98.4%를 차지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변동에 대한 공포심이 아직도 국내 금융계를 짖누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장외 파생거래 금액 1,986조원 가운데 외환관련 거래가 1,815조원으로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산 대비 파생상품 계약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 비율은 국내 은행의 경우 0.38%로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6.72%, 미국 상업은행 11.86%에 비해 매우 낮으며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도 각각 0.27%과 0.09%에 불과하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2003년 말 국내 전체 금융기관이 7,645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이중 절반은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차지했다. 임상규 금융감독원 파생상품 감독팀장은 “외국 금융회사가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서 국내 기관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은 일종의 투기 또는 도박이라는 인식도 문제다. 이두호 한국자금중개 대표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각돼 파생상품시장이 소수 투자자들의 시장이라는 인식이 시장 발전의 장애”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클렘코스키 미국 인디애나대 석좌교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파생상품에 부정적”이라며 “하지만 금융기관이 내부 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환율, 원자재 변동에 따른 미래의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찰스 바덴풀러 영국 카스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도 최근 방한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윤을 얻는 데 그치지만 파생금융상품시장에 투자하면 훨씬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며 “파생금융시장이 커져야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이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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