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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금메달과 노벨상욕심(이건영 전 건설부 차관)

방콕에서 연일 승전보가 날아오고 있다. 애국가에 따라 태극기가 오르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치면 우리는 코끝이 찡해 온다.며칠 전에는 축구팀이 오랜 라이벌이던 일본을 누르고 야구팀마저 이겨서 전 국민이 열광하였다. 스포츠를 통한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다. 게다가 이기면 더 아름답다. 우리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자 스포츠가 차차 생활화하였다. 프로야구와 프로 농구는 이제 뿌리를 내렸다. 지방마다 지역감정과 어울려 열기가 뜨겁다. 골프팬들은 금년 시즌 내내 새벽에 일어나 박세리경기를 보노라 잠을 설치곤 했다. 요즘은 열기가 식었지만 나도 미국 유학시절에는 뉴욕양키즈 게임이 있는 날이면 몸살을 앓았다. 선수들의 이름과 기록을 외우고 다녔다. 이쯤되면 스포츠관람은 취미수준을 넘어 과학이다. 어느덧 우리는 스포츠강국이 되었다. 일본과 비교해 보아도 일본은 인구가 우리보다 4배, 경제력으로는 15배는 되지만 우리가 80년대 후반부터 항상 앞서 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는 2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헝그리정신이냐 하면 그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7위, 96년 아트란타 올림픽에서 10위였다. 96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9위였다. 모두 일본을 훨씬 앞지른 성적이다. 오직 지난번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하나 차이로 홈그라운드인 일본에 뒤졌다. 외국에 나가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 박세리, 선동열 같은 선수들도 우리의 자랑이다. 방콕에서 오는 금메달소식이 국민들을 한데 묶어서 IMF로 어깨가 처진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는 크다. 그리고 경기에서 보는 승부근성, 페어플레이 정신, 그리고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집념, 이런 것들이 사회의 뿌리가 되면 스포츠는 사회발전의 윤활유가 된다. 그러나 체력이 곧 국력이라고 하지만, 스포츠에 비해 우리의 사회발전은 너무 더디다. 스포츠 뿐 아니라 사회, 문화, 과학분야에 있어서도 금메달이 필요하다. 가령 올림픽 상위권 국가 중 노벨상 하나 없는 나라는 우리 뿐이다.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눌린 일본만 해도 노벨상 수상자가 8명이나 된다. 박찬호나 박세리도 좋지만 우리에게는 파바로티나 스필버그도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의 선전을 빌면서 노벨상 욕심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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