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도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높아 경기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5.9%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 미만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2%대로 본 기업은 42.4%였으며 2% 미만도 3.5%였다. 실물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역인 기업 절반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 미만으로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4%대 전망은 4.7%에 그쳤고 5% 이상을 점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나머지 49.4%는 3%대의 성장을 내다봤다. 이는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연구기관들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3.9%를,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3.6%, 한국경제연구원은 3.8%로 전망하고 있다. KDI는 3.3%로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매출액이 많은 기업일수록 다소 긍정적으로 본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은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매출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3~4%’가 61.5%로 가장 많았고 ‘2~3%(30.8%)’ ‘4~5%(7.7%)’ 등의 순이었고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은 ‘2~3%(62.5%)’ ‘3~4%(25.0%)’ ‘2% 미만(12.5%)’ 등의 순이었다. 국내 경제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38.8%는 내년 4ㆍ4분기 정도는 돼야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답했고 오는 2010년 이후라는 답변도 23.5%나 됐다. 내년 3ㆍ4분기로 보는 기업은 29.4%에 그쳤고 2ㆍ4분기를 지목한 곳은 8.2%에 불과했다.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은 더 비관적이었다. 2010년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응답이 43.5%였고 2011년 이후라는 답도 8.2%에 달해 우리 기업의 절반 이상이 세계경제가 2010년 이후에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반면 내년 4ㆍ4분기는 27.1%, 3ㆍ4분기는 16.5%였고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연구기관들이 3%대 성장률을 잡은 것도 굉장히 보수적 시각에서 잡은 것인데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은 이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하지만 국내 경기회복이 세계 경기회복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본 것은 우리 펀더멘털이 튼튼하지만 세계경제 악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내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로 세계 경기침체를 꼽았다. 전체의 44.2%가 세계 경기침체라고 응답했고 소비침체(22.1%)와 환율(20.8%) 등이 뒤를 이었다. 원ㆍ달러 환율 전망은 1,100~1,200원 미만이 56%로 가장 많았다. 1,000~1,100원 미만은 23.8%였고 1,200원대(19%)와 1,300원 이상(1.2%)의 순이었다. 내년에도 환율 불안이 여전하기는 하겠지만 올해보다는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60달러대’가 32%로 가장 많았고 ‘70달러대(23.5%)’ ‘50달러대(22.4%)’가 뒤를 이었다. 전체의 77.9%가 ‘50~80달러’선에서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시중금리(3년 만기 회사채 기준) 수준은 6~7%라는 답이 31.8%로 가장 많았다. 5~6%가 29.4%, 4~5%가 18.8%였으며 7% 이상이라는 답도 18.8%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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